본문 바로가기

광주,전남 지역소식

이슈진단] 자사고 찬반입장 들어보니

[이슈진단] 자사고 찬반입장 들어보니

2014년 08월 07일(목) 00:00
확대축소
[찬] “수업료 비싸도 왜 만족하는지 살펴봐야” -오 승 연 송원고 학부모회장

 


송원고등학교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 평가에서 기준점인 60점을 넘어 78점이라는 우수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공교육을 저해하고 무력화하는 ‘공공의 적’으로 낙인, 하루아침에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2012년 정책 실패로 인한 무더기 전학 사태를 빚은 ‘보문고 사태’가 다시 떠오른다. 광주시교육청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자사고 말살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겨우 자사고 4년째인 송원고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한 뒤 폐지 여부를 논해야 한다. 자사고가 공교육 황폐화의 주범이고, 없애면 일반고가 정상화된다면 당연히 폐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그런지 냉철히 생각해봐야 한다.

공교육의 부실과 일반고의 황폐화는 자사고가 설립되기 10여년 전인 2000년부터 나타났다. 30여년전 특목고인 과학고가 생기고, 복잡한 대학입시와 과열된 사교육에 대응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자사고와 마이스터고가 생겼다. 공교육 부실의 대안으로, 다양한 교육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송원고를 자사고로 지정한 것이다. 2010년 지정돼 미달 상황을 겪다가 올해 처음으로 정원을 채우고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육 저해의 주범이라니 전후가 전도된 궤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수학생 선발로 일반고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오히려 송원고는 인재유출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중학생 64명이 서울·경기지역으로, 580명은 다른 시·도로 전학하는 등 인재유출이 심각하다. 특히 최상위 학생들은 특목고와 광역형 자사고로 빠져나가고 있다.

공교육 저해 주범이 송원고이고, 우수인재가 송원고로 몰려 일반고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맞는지 되짚어보길 바란다. 혹시, 정책 실패를 그저 자사고와 그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행정 편의주의의 발상은 아닌지 반문해본다.

둘째, 사교육이 필요 없고 복잡한 대학입시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며, 학생들이 만족해하는 학교는 반드시 필요하다.

직선 2기 장 교육감은 ‘질문이 있는 교실, 배움이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원고는 이를 달성하고 있는 학교다. 학생·학부모의 만족도도 84%에 달하고 학생들은 자부심에 차 있다. 수업료는 일반고의 3배나 더 내는데, 왜 이 학교에 만족해 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송원고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아닌 입시에 대응한 맞춤교육을 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 활동, 자기주도 학습, 멘토·멘티 운영 등이다. 다양한 활동이 보장됨에 따라 대입을 위한 소위 스펙쌓기나 과외 등을 할 필요가 없다.

일반고보다 수업료가 3배 비싸다고 하지만 한 달에 20만5000원을 더 낸다. 사교육비가 별도로 들지 않기 때문에 비싸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학생 20%는 사회배려자로, 정부에서 학비보조를 한다.

송원고의 존폐 문제는 교육수요자인 학생·학부모·교사·재단 그리고 교육당국의 합의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재학생과 예비 고교 입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는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연필자국이 아니다.

수월성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세계적인 추세인 지금 진보교육감의 평등적 사고와 일회성 정책 시행으로 최대 피해를 보는 자녀들에게 멍에를 지우고 가까스로 얻은 창의 교육의 장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자사고와 일반고가 상생하며 인재양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반] "특권 경쟁교육 일반고 황폐화 가속화"-이재남 광주교육청 장학관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크게 세가지 특권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성적 우수학생들로 제한해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일반 사립학교처럼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학생들의 납부금을 일반고의 3배정도의 금액을 징수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사고 제도가 도입될 당시부터 차별화된 특권교육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아왔다.

자사고의 본래 취지는 학교 자율성을 바탕으로 교육과정 다양화와 고도화를 통해 입시교육체제를 극복하고 평준화체제를 보완하자는 데 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이런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대학입시 위주의 학교운영이 강화되면서 주변의 일반고가 황폐화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 정부 들어서 ‘자사고 제도의 폐지’를 검토했으나 공청회 과정에서 자사고들의 반발로 주춤한 상태이다.

현재 교육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을 내놓고 일반고 중심으로 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선언한바 있다.

광주에는 2개의 자사고 있다. 자사고는 지역 교육감이 5년마다 전국적인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율학교 지정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처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돼있다. 송원고가 5년이 돼 올해 평가를 받았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율고 지정운영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조건부 재지정’의 심의 결과가 나왔다.

조건은 법인 전입금 규모 확대 및 2년 후 재평가,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항목에 정책지표 추가, 중학교 성적 상위 30%인 지원규제 폐지, 기초교과 이수단위 비율 확대, 교원 1인당 학생수 줄이기 등이다.

현재 광주시교육청은 자율고 재지정 심의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하고 조건부 승인을 해당학교에 통보해 놓고 있다. 해당학교에서는 성적 제한 폐지 조건에 대해서 현행 상위 30%에서 50%까지 확대해 성적 제한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모집요강을 승인 신청해 왔으나, 교육청에서는 성적 제한을 완전히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단 측에서는 성적 제한을 두지 않았을 때 신입생 선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청의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자사고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일반고의 공동화(空洞化)를 가속화하고 공교육체계의 근간인 평준화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특권 경쟁교육을 앞세운 교육정책으로 인해 강남에서 땅끝까지 전국이 서열화되고, 지방학생들의 수도권 진입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자사고·특목고 정책은 이런 흐름의 꼭지점에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보통학교 보통학생들이 부모의 여건에 관계없이 차별 없는 동등한 조건에서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건강하고 맑은 개천’을 만들어야 한다는 굳건한 보편적 교육철학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잦은 국가교육정책의 변경으로 인해 고통받을 학부모와 특히 학생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국가적 차원의 특단의 조치들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절절하게 느끼는 순간이다.

교육청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해당 학교도 선발효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번 기회를 통해 교육과정의 다양화·고도화를 통해서 명실상부한 전통있는 명문사학으로 발돋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