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여름이 지나갔나 싶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선풍기바람 없이 아침 시간을 보낸다. 무더위는 아니지만 방학이라 휴가 맞춰 타지에서 광주로 놀러온 손님맞이에 나섰다. 광주에서 가까운 목포와 고창으로 향한다.
△목포 ‘초원음식점’ 꽃게살무침
목포하면 지금 제철이기도 한 민어를 먼저 떠올릴 사람들이 많겠지만, 우리 가족은 ‘꽃게살무침’을 첫손에 꼽는다. 목포시 대의동 초원실버타운 앞 초원음식점(주인 한만임). 1년에 서너 번 찾아가는 집이지만 이집 밥을 먹기 위해 목포에 간다. 꽃게살무침은 꽃게철에 싱싱한 꽃게를 곧바로 냉동시켜 게살만 빼낸다. 그 게살만 매콤하게 무쳐 내놓는 게 꽃게살무침이다. 꽃게무침은 껍데기째 잘라서 양념을 하지만 게살무침은 살만 발라내 무친 것이다. 껍데기에서 살 발라 먹는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갈리겠다.
게살무침을 뜨끈뜨끈한 밥에 얹어 한입 먹는다. 입에서 게살이 살살 녹는다. 게살 듬뿍 넣고 김가루와 참기름 넣어 비벼먹는 맛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 이집의 좋은 점은 달게 양념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단맛을 즐겨하기 때문인지 어디를 가나 단것을 많이 넣는데, 이집은 토속적인 거칠고 깊은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게살만 먹으면 병치가 ‘운다.’ 목포는 생선의 산지. 병치가 싱싱하다. 병치에 졸깃졸깃한 고구마순과 노란 호박, 고소한 감자가 자작하니 졸여졌다. 큼지막한 병치, 싱싱해서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 먹을 수 없다. 흰 살이 바스라지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헤실 없이 잘 먹을 수 있다. 솜사탕 녹듯이 사르르 입안에 퍼지는 생선 맛,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디 그뿐인가. 메인 메뉴는 그렇다치고 밑반찬으로 놓인 반찬 또한 궁극의 전라도맛이다. 감태는 3년 묵힌 멸장으로 간 무쳤다. 삭힌 감태의 바다 내음이 입안에 가득 찬다. 묵은지는 묵은지대로 입안에 쩍쩍 들러붙는다. 밥도둑 반찬들이 천지다. 이날 식구들이 모두 밥을 더 먹었다. 산책 겸 목포 북항에서 매일 밤 8시40분에 펼치는 분수쇼까지 관람했다. 목포 4시간 여행, 만족도 별 5개다.
△차림(가격): 꽃게무침덮밥 1인분 1만3000원, 병어찜 1인분 1만5000원
△주소: 목포시 대의동 2가 4-4번지
△전화: 061-243-2234
△고창 ‘우진식당’ 풍천장어
고창 우진식당의 장어 맛을 본 뒤로는 다른 민물장어를 거의 먹지 않게 되었다. 우진식당은 자연산化한 고창갯벌풍천장어를 쓴다. 장어 치어를 민물양식하다가 양식 마지막 과정에 갯벌에서 키운다. 이 갯벌이 풍천(風川)이다. 풍천이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나 남해안과 접해진 강 중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런 곳은 흔히 물결이 회오리치고 거센 바람이 일어나게 된다하는 풍천(風川)이라고 부른다. 고창의 풍천은 전라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이 풍천갯벌에 장어를 풀어놓으면 민물에서 양식한 장어는 바닷물에 적응하기 위해 금식을 하면서 몸 안의 노폐물을 모두 뱉어내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친 풍천장어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장어와 맛이 다르다.
토요일 점심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많다. 예약을 했더니 밑반찬부터 장어까지 완벽하게 준비돼있다. 불판위에 소금구이용 장어가 놓였다. 오늘은 특별히 주인이 신경을 썼나 보다. 유달리 장어가 크다. 불판이 비좁다. 자글자글 지글지글. 언제 누가 다 먹나 싶게 많다. 노릇하게 구워진 장어를 생강장에 묻혀 한입 쏘옥. 장어 본연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다. 장어 살집이 두껍다. 속살에는 기름이 배어있어 고소하고 쫄깃쫄깃 씹을 맛이 있다. 사각사각 짭쪼롬한 깻잎·양파장아찌 맛과 어우러져 일품이다. 언제 다 먹나, 싶게 많았던 장어들이 입이 무섭다 싶게 다 없어졌다. 게다가 누룽지도 한 그릇 거뜬하게 해치웠다.
△차림(가격): 갯벌풍천소금구이 1kg 13만원·1인분 3만3000원, 풍천장어소금구이 1kg 8만원·1인분 2만7000원
△주소: 전북 고창군 고창읍 상월 1길(구 월곡리 283-1)
△전화: 063-564-0101, 063-563-3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