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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밥상 오늘’ 소고기 육개장

동구 장동 ‘건강한 밥상 오늘’ 소고기 육개장

안 짜고 안 달고 심심…과하지 않은 맛에 끌리다

 

기사 게재일 : 2014-12-05 06:00:00
 

 

 “‘건강한 밥상 오늘’의 메뉴는 잡곡밥, 소고기육개장, 돌나물초무침, 배추김치, 마늘쫑멸치볶음, 귤입니다.”

 매일 아침 11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오늘’의 메뉴가 공개된다. 젊은 사장 정대씨가 직접 시장에 가서 싱싱한 재료를 사온 뒤에야 메뉴가 결정되기 때문에 ‘오늘’의 메뉴는 오늘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아침 11시가 되면 ‘오늘’의 메뉴가 궁금한 손님들의 문의가 많아진다. 정대씨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손님들의 문자에 일일이 답한다. 그것이 ‘오늘’식 영업이고 손님맞이다.

 오늘의 주메뉴인 소고기 육개장을 먹어보고 조미료없이 어떻게 이 맛이 날까 궁금했다. 돌나물초무침의 초장도 마늘쫑멸치볶음도 심심할 정도로 순하다. 자극적이지 않은데 맛이 난다. 젓갈로 맛을 낸 김치는 정대씨 어머니가 담가주신다. 어머니는 정대씨의 음식스승이자 ‘오늘’의 한달 메뉴를 같이 짜는 기획팀원이다. 냄새 때문에 찌개나 국에 있는 고기를 먹지 않던 친구가 ‘오늘’ 육개장 고기를 아주 맛나게 먹는다. 고기가 쫄깃하고 야들하다. ‘오늘’의 메뉴 중 우족탕이 있었는데, 그 때 사골을 조금 남겨 육개장 국물로 썼단다. 소고기는 살짝 데쳐놓았다가 손님이 오면 채소와 함께 국물에 넣고 한소끔 끓인 뒤 소금으로만 간을 맞춰 내놓는다. 정말 그렇게만 하면 이 맛이 나는 걸까. 정대씨에게는 맛을 내는 비법이 따로 있다. 바로 ‘좋은 재료’다. 좋은 재료를 쓰면 맛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식당 운영에 성공하려면 국산만 써야 한다. 맛있는 김치를 먹으려면 비싸더라도 국산고추 쓰고, 쌀죽 직접 쑤어 넣고, 국산 양념만 쓰면 틀림없이 맛있는 김치가 된다. 정대씨는 음식을 먹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맛이 어땠냐고 묻지 않는다. 맛이 없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구 장동에 있는 ‘건강한 밥상 오늘’은 젊은이들을 위한 백반집이다. 취미삼아 요리를 배우다가 재미를 느낀 정대씨는 온라인으로 샐러드 배달을 하다 직접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식당개업을 결정했다. 젊은이들이 갈만한 백반집이 없다는 생각에 젊은 감각의 백반집을 시도해보고 싶었고, 주인의 취향과 감각대로 꾸민 예쁜 상점이 많은 장동에 자리가 나자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건강한 밥상 오늘’을 개업했다. 3개월간 식당 안을 직접 꾸몄고 간판의 ‘오늘’ 글씨는 문화기획자이자 예술가인 신양호 선생께 받았다. ‘오늘’을 열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날마다 장을 보고 직접 음식을 만들 것, 화장실은 넓고 깔끔할 것,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 것, 음식을 남기지 말 것, 들이다. 다행히 ‘오늘’ 손님들은 음식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한번 왔던 젊은이들은 ‘안 짜고 안 달고 심심해서’ 다시 온다고 한다. 방학이 되면 근처 학원에 다니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온다. 엄마들은 이런 밥집이 있다는 것에 환호하며 한달치 음식값을 미리 계산해놓고 간다. ‘오늘’은 하루 150인분을 준비하고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일도 즉각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헛걸음 하는 손님이 없게 한다.

 ‘건강한 밥상 오늘’은 맛집이다. ‘오늘’의 맛은 주인과 손님간의 신뢰와 배려와 스토리가 버무려져 내는 맛이다. 어떻게 살든 무엇은 넣든, 맛만 있으면 장땡인 그런 맛집과 많이 다른 맛집이다.

 주소: 동구 장동 86-9번지 옛 광주여고 담벼락

 전화: 010-8603-9959

 가격: 오늘의 메뉴(백반) 6000원, 샐러드 5000원(포장가능), 메뉴에 있는 술상은 밥상을 준비하는 게 벅차 당분간 내지 않음.

 영업시간: 월~토 낮11시~저녁 8시전후(그날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는 시간까지), 일요일 휴무.

 주차장은 별도로 없음, 근처 골목길 주차

김옥희<광주시교육청 광주교육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