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를 처음 맛본 것은 마흔이 넘어였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온갖 잡일 담당’으로 중국 하얼빈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양고기란 걸 처음 구경했다.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나가본 외국, 하얼빈의 첫인상은 눈이 아니라 코로 다가왔다. 하얼빈에서는 대륙의 흙냄새와 야릇한 향냄새가 섞여서 났다.
재중동포들은 고국에서 온 우리를 양꼬치집으로 안내했다. 식당 바깥에서 양꼬치를 구워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어쩐지 냄새가 역할 것 같아 주춤거리다가 한입 먹어본 양꼬치는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쫄깃하고 고소했다.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한 우리는 양꼬치를 계속 주문했다. 나락껍질처럼 생긴 향기나는 풀에 양꼬치를 찍어먹었는데, 그것을 쯔란이라 부른다 했다. 쯔란을 먹으며 생각했다. 아. 하얼빈의 흙냄새에 섞여 나는 향이 바로 쯔란향이구나. 내게 하얼빈은 양꼬치와 쯔란과 칭따오맥주로 남아 있다. 여름밤이라 웃통벗은 남자들이 어여쁜 여친과 팔짱을 끼고 발그레한 얼굴로 걸어가던 모습과 함께.
중국에서 살다온 중문과 교수가 양꼬치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광주에도 양꼬치가 있다니. 만사를 제치고 따라나섰다. 하얼빈 양꼬치의 반만 따라가도 성공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하얼빈의 양꼬치 만큼이나 맛있었다. 광산구 쌍암동에 있는 양꼬치 전문점 취화선이 그 곳이다.
광주에 양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없어 5년 전에 취화선을 시작한 주인장은 말수가 적다.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참숯을 쓴다고 한마디 했다. 숯이 그렇게 중요할까 싶어 맛집 다니기가 취미인 미식가에게 양꼬치 굽는 사진을 보여줬더니 다른 곳보다 훨씬 좋은 숯을 쓰는 것 같다고 한눈에 알아본다. 그것 말고 없냐고 했더니 양고기를 주인장이 직접 손질하고 양의 삼겹살이나 어깨갈비살, 앞다리나 뒷다리를 부위별로 나눠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조리법을 달리한다고 했다. 또 다른 비법을 알려달라 했더니, 그냥 먹어보라고 한다.
보통양꼬치는 쫄깃하고 고급양꼬치는 부드럽다. 고급양꼬치는 소고기 치맛살 맛과 비슷했다. 둘다 잡내가 전혀 없고 고소하다. 아이들은 보통양꼬치를 좋아하겠고 어르신은 고급양꼬치를 더 선호할 것 같다. 닭고기와 고추를 바싹 튀겨 살짝 매콤한 맛을 더한 ‘라즈지’는 닭고기보다 고추에 더 손이 가는 음식이다. ‘충포양고기’는 대파와 피망, 고추에 양고기를 섞은 것인데, 대파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맛이었다. 대파 하나로 양고기의 맛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신기했다. 나는 양꼬치 먹으러 취화선에 가는데, 참숯을 알아본 미식가 동료는 그 밖의 ‘요리’를 먹으러 취화선을 찾는다고 한다.
양고기는 따뜻한 성질이고 다른 고기보다 아미노산과 철분 칼슘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단다. 칼로리가 낮으면서 조직이 가늘고 부드러워 소화가 잘된다고 한다. 몽골에서 양고기는 입맛을 되찾게 하는 보양식이면서 산모의 기력회복을 위해 먹는 음식이다.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여름에는 습한 기운을 다스려 준다니 앞으로 쭈욱 먹어도 되겠다. 그러나 양고기도 고기다. 무엇이나 넘치지 않을 만큼만 먹어야 만사가 행복하다.
△가격 보통양꼬치(10개) 1만 원, 고급양꼬치 1만5000원, 양갈비살 1만3000원, 라즈지 1만5000원, 어항유슬 1만2000원, 충포양고기 1만5000원, 연태구냥(술) 2만 원, 칭따오맥주 5000원.
△주소 :광산구 쌍암동 680-1번지 광산소방센터 맞은편
△전화 : 062-973-8292
△주차장 : 건물 뒤 700평, 모임방 최대 30명 모임 가능. 화장실 깨끗하고 넓으며 남녀가 구분되어 있음.
△영업시간: 오후2시~새벽2시, 휴일 둘째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