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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천지쌈밥'

[맛있는집]된장내 나는 시골밥상

광주 '천지쌈밥'

임정희 oksusu@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4-04-30 12:34:26
 
이젠 된장도 맨된장이 좋다. 설탕과 고추장 섞어서 달짝지근하게 만들어진 쌈장보다 집에서 쓰는 숟가락 중에 제일로 못생긴 놈 하나 들고 장독대에 가서 큰 항아리 뚜껑 열고 뚝 떠내온 그런 맨된장이 정스럽다. 그래서 어디 가면 맨된장 나오는 집이 끌린다. 그런 추억을 떠올려주는 집이 있다. 광주 중앙안과 건물 지하에 있는 `천지쌈밥’.
주인 오명옥(51)씨는 우리콩으로 직접 된장을 담근다 한다. 순전히 좋아하는 사람들과 `엄마가 해주는 시골스런 음식’ 나눠먹고 싶은 생각에서 1년여 전에 문을 열었단다. 문 열 때 생각대로 담백한 시골밥상 차리기를 하고 있는 덕에 단골들이 꽤 생겼다 한다. 어느 대학 총장님, 바로 앞에 있는 광주세무서장님, 검찰의 고위간부 등도 이 집을 자주 찾는 손님이라고 덧붙인다.
음식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대신 누룽지 말린 것, 멸치, 다시마 말린 것 등을 갈아서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쓴다. 나물에 누룽지를 갈아서 넣으면 구수하고 엉기는 맛이 있어서 쫀득쫀득하고 뒷맛이 개운하다는 설명이다.
질박한 그릇에 차려져 나오는 상은 두 사람한테는 푸짐하다싶게 나오는 돼지고기 주물럭과 야채, 된장에 조물조물 무친 취나물과 무 실가리, 호박나물, 장조림, 무채조림 등 토속적인 차림이다. 묵은지도 사철내내 떨어지지 않는 반찬이다. 맛깔스럽게 나온 이 상이 1인분에 5000원. 네 명 정도가 한 상을 받게 될 경우에는 홍어회나 마른 생선찜, 낙지 데친 것 등을 서비스로 차려놓는다니 더 푸짐해지겠다.
열무·배추·상추에 쌈 싸먹어도 좋고 나물 이것저것 섞어서 비벼 먹어도 좋다. 맛나게 먹고 나면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 또 한가지, 단술. 새콤달큼한 단술을 커피 대신 내놓는다. 보리와 엿기름으로 만드는 단술은 요즘의 요구르트 같은 것. 아마 이렇게 먹지 않으면 잃어버리게 될 우리 맛 중의 하나일 것이다.
▲차림표: 쌈밥=5000원, 쌈밥정식·갈치정식·조기탕=1만원
▲주소: 동구 호남동 30-1번지
▲전화: 226-9084
▲영업시간: 평일은 점심~저녁9시30분(저녁8시30분까지 주문받음), 토요일은 오후 2시까지, 일요일은 휴무
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