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집]재료 향이 살아있는 짬뽕과 탕수육-학동 부흥반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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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을 보는 순간 아주 깨끗한 기름에 튀겼다는 것을 한눈에 알겠다. 고슬고슬 파삭파삭하게 튀겨져서 깔끔하게 보인다. 동구 학동에 있는 부흥반점은 이 자리에서 40여 년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음식점. 도로가 넓어지면 넓어지는 만큼 뒤로 조금씩 조금씩 물러나 현재 자리에 위치해 있다. 할아버지·아버지 대를 이어 지금은 왕조덕(40)씨가 음식을 한다. 왕씨는 아버지 왕소귀(70)씨의 “나가서 배워라”는 명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주도 서울 부산 창원 전주 이리 대전 등 강원도를 뺀 전국을 돌아다녔다. 다니면서 중국 전통의 맛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듣고 배웠다. 돌아다니면서,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배운 음식의 철학은 “음식마다 각기 다른 향과 맛이 있다”는 것. 그는 음식을 하면 할수록 그 고유한 맛과 향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렵다고 덧붙인다. 사람들의 입맛은 고급스러워지는 듯하지만, 대체로 맵고 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기 때문. 사람들이 건강을 염려해서 말로는 맵고 짠 음식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음식을 찾는 경향을 보면 첫 맛에 `아! 맛있다’는 느낌을 주는 음식을 주로 찾는단다. 첫 맛에 맛있으려면 그 간은 짠맛이 강하기 십상. 그래서 왕씨는 처음 맛은 덤덤한 듯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향이 나는 음식이 맛있는 음식이라 한다. “짬뽕 만드는 것만 해도 약간 매콤한 맛은 언제 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야채 해물 고춧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 볶는다. 이렇게 볶는 시간에 야채와 고춧가루 해물의 향이 서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물에 볶지 않으면 아무리 매운 고춧가루라도 매운 맛이 덜 난다. 적당히 볶아지면 물을 붓는다. 물을 붓고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주면 매운 맛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는 중국음식은 칼질에 따라, 화력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 한다. “팔보채와 잡탕은 똑같은 해물이지만 칼질 들어가는 것이 다르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칼질을 해야 한다. 또 불에 들어가 확확확 나오는 음식, 오래 볶아야 되는 음식, 물에 오래 끓여야 되는 음식이 다 다르다. 또 향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중국음식은 파 마늘 생강으로 고유한 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근데 요즘에는 무조건 후추 넣고 무조건 마늘을 쓴다. 그렇게 해서는 전통의 맛을 낼 수가 없다. 그렇지만 변하는 맛을 무조건 외면하기 어려우니 요리 하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짜장면만 해도 그렇다. “흔히 사람들은 옛날 짜장면을 그리워하는데, 실제로 옛날짜장면을 만들어내면 한 그릇을 비우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한다. “옛날짜장에는 무와 `돼지비지’가 들어갔다. 무도 향이 강하다. 돼지비지는 요즘에는 거의 먹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맛있었을 것이다”는 말이다. 마늘을 넣었나 안넣었나, 전분을 고구마로 쓰는가 감자로 쓰는가, 생강을 언제 넣었나 등 “집집마다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르지만 맛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왕씨가 음식의 향을 중시하는 이유이다. 한가지 당부. 중국음식을 먹을 때는 차를 자주 마시란다. 차가 입안에 남아있는 향을 없애주므로 음식의 향을 새롭게 느낄 수 있기 때문. 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차림표: 짜장면=2500원, 짬뽕=3000원, 탕수육=1만3000원, 류산슬=2만5000원 ▲주소: 동구 학동 613-8번지 ▲전화: 222-4095 ▲주차: 부흥반점 옆 `학주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