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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말 뿐인 ‘안전 대한민국’ … 여전한 ‘안전 후진국’

말 뿐인 ‘안전 대한민국’ … 여전한 ‘안전 후진국’
아파트 불나도 화재경보기 먹통
같은 도로서 올해만 3차례 사고

2014년 09월 15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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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밤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난 광주시 서구 쌍촌동 호반아파트 12층 민모(47)씨의 집 내부. 소방방재청의 ‘국가 화재 안전 기준’은 대피 혼란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가 발생한 층과 그 윗층에서만 화재경보기(80 데시벨 이상)가 울리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경보가 아예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서부소방서 제공〉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강조하는 상황이지만 사회 곳곳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실정이다.

소방 안전 점검 뒤 시설 보완을 마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경보기가 울리지 않는가 하면, 소방 당국의 아파트 등 주민 밀집시설에 대한 다중이용시설 점검은 1년이 다가도록 완료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 산단 인근 도로에서 1년 동안 비슷한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잇따르는데도 별다른 안전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 정부 당국의 무관심도 달라지지 않아 ‘안전 대한민국’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밤중 아파트 화재…경보기는 먹통=심야 시간 광주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지만 울려야할 화재 경보기는 울리지 않았고 대피 방송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13일 밤 11시50분께 광주시 서구 쌍촌동 호반아파트 12층 민모(47)씨 집에서 부부싸움 뒤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민씨와 부인(42)이 화상을 입었다. 위층(13∼17층)에 거주하고 있던 10세대 주민들은 옥상을 통해 무사히 대피했다.

주민들은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리지 않은데다 대피 방송마저 제 때 주민들에게 전파되지 않았다며 불안함을 호소했다.

A(42)씨 등 13∼17층 주민들은 “화재 당시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해당 아파트의 경우 ‘국가 화재 안전 기준’에 따라 15층 이하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해당 아파트는 종합정밀점검 대상으로 분류돼, 지난 4월께 소방점검 업체의 점검을 거쳐 미비점을 개선했는데도,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관계자는 “비상대피 유도 등 점등 불량 등을 지적하고 보완도 모두 마쳤다고 들었는데 경보기가 안 울렸다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민들 안전불감증도 여전=해당 아파트의 경우 빼곡히 들어선 주차 차량 때문에 사다리 차량 등이 신속하게 현장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아파트 뿐만 아니라 지어진 지 10년 넘은 아파트의 경우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소방차 전용도로까지 주차해놓는 주민들이 많아 자칫 화재 발생에 따른 신속한 대처가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소방방재청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광주·전남 지역 30개 아파트는 아예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도로에서만 사고 잇따르는데, 대책은?= 여수국가산업단지 인근 왕복 4차선 도로(국도 17호선) 해산교차로∼소라면 구간 1㎞에서는 올 들어서만 교통사고가 3차례나 발생,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을 입은 교통사고 상습 구간이다.

국가 산단을 오가는 화물차량이 많은 탓에 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인명피해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산단 내 도로임에도, 시설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13일 새벽 0시13분께 탱크로리 차량이 전복돼 운전자 박모(50)씨가 숨지고 염산 2만1000ℓ 중 5000ℓ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던 여수시 해산동 왕복 4차선 도로의 경우 기존 도로와 교차되는 커브 구간으로 사고가 끊이질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수경찰은 “올해 들어서만 3건의 사망사고가 났고 차량 전도사고도 잇따르는 구간”이라고 지적하지만 위험 안내 표지판 설치 등에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도 예산 문제 등으로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