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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수확 앞두고 웬 날벼락” 망연자실

“수확 앞두고 웬 날벼락” 망연자실
●현장르포-태풍 ‘나크리’ 피해 복숭아 농장

낙과 대부분 상품성 잃어 추석 대목 출하 물거품
2년 전에도 강풍 대규모 피해…야속한 바람 원망


입력날짜 : 2014. 08.03. 20:21

 

강풍에 떨어진 복숭아
화순군 도곡면 한 복숭아 재배농가에서 3일 오전 제12호 태풍 ‘나크리’가 몰고온 강한 바람에 떨어진 복숭아를 줍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kjdaily.com
“추석이 한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웬 날벼락이다냐…”

광주·전남 지역에 내려진 태풍특보가 3일 오후 대부분 해제됐지만 폭우로 인한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다.

앞서 이날 오전 화순군 도곡면 대곡리의 한 복숭아 농장. 이 농장주인 민정자(74·여)씨는 “복숭아 열매를 솎아내고 봉지 씌우기까지 여름 내내 고생을 하고 이제 막 따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 떨어져 버려 큰일이다”며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12호 태풍 ‘나크리’가 북상하면서 화순을 비롯한 전남 동부 지역에는 지난 2일부터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다.

복숭아 농가가 밀집해 있는 화순군 도곡면과 능주면은 강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잇따랐다.

민씨의 복숭아밭은 밖에서 보기에는 큰 피해가 없어 보였지만, 농장 안에 직접 들어가 보니 바닥에는 수확을 앞둔 붉고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가 가득 떨어져 있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게 잘 익었지만, 주워보니 이미 흐물흐물해져 상품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한 나무 당 적게는 50여개에서 100여개 가량 힘없이 떨어져 나뒹굴고 있어 이번 강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 태풍 소식을 들은 민씨는 밤새 부는 바람에 잠 한숨 못 자고 새벽부터 복숭아 농장에 달려 왔지만,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복숭아는 민씨의 바람과는 달리 힘없이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15년째 복숭아 농사를 하는 민씨는 2년 전에도 태풍 피해를 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민씨는 2년 전처럼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복숭아나무를 단단히 묶고, 시설물이 날아가지 않게 단속했지만 강풍 앞에서는 모두 허사였다.

민씨는 “이제 막 수확하려고 준비를 다 마쳤는데 땅에 다 떨어져 못 쓰게 됐다”며 “복숭아는 껍질이 약해 바람에 떨어지면 상품성을 잃어 못 먹고 땅에 묻거나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어 “우리 집 복숭아는 달고 향기가 좋아 휴가철에 택배 주문도 많이 받을 만큼 인기가 좋았다”며 “이번에는 직접 판매도 하려고 농장 입구에 천막도 설치했는데 다 못쓰게 됐다”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