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소식
찾아가는 복지?…과중한 업무에 엄두도 못낸다
이피디
2014. 4. 1. 06:45
찾아가는 복지?…과중한 업무에 엄두도 못낸다
광주·전남 ‘통합사례관리사’가 말하는 복지 현실
인력 턱없이 부족해 가정방문 생각도 못해
대상자 발굴 불가능 … 복지사각 해소 안돼
인력 턱없이 부족해 가정방문 생각도 못해
대상자 발굴 불가능 … 복지사각 해소 안돼
2014년 04월 01일(화) 00:00
최근 ‘광주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광주·전남 각 지자체가 ‘찾아가는 복지’를 적극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통합사례관리사’들의 업무가 급증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사례관리사들은 1명당 평균 40세대를 관리하는 등 극심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를 새롭게 찾아내기는 커녕 사례관리대상마저 관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복지 업무를 제대로 하려면 소외 계층의 실상을 알 수 있는 방문 확인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일부 시·군·구 통합사례관리사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가정방문’ 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전남 각 기초자치단체 통합사례관리사들은 지난 31일 “생활고로 세상을 등진 서울 세 모녀같이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거나 가족이나 지인들이 지원 대상이 되는 가정의 사정을 모를 경우엔 복지 사각(死角)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 북구 희망복지지원팀 관계자는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당사자 허락 없이 인적 정보를 조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사자와 주변 지인들의 신청 없이는 사실상 대상자 발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집세나 공과금이 장기 체납됐다면 구청에 신고돼 생활 실태가 노출되지만 사정이 어려운데도 체납을 하지 않았을 땐 구청에서 인지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상자 발굴을 위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통합사례관리사들의 설명이다. 통합사례관리사 수는 광주 21명·전남 64명 등 모두 85명이다. 이들이 지난해 사례관리를 맡은 건수는 모두 3197건이다. 통합사례관리사 한 명당 37.6세대를 관리한 셈이다.
보건복지부 통합사례관리사 관리 기준은 통합사례관리 담당자 1명 당 사례관리 가구 수를 월 평균 20세대로 정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17.6세대를 더 관리하고 있는 셈으로, 사례관리기간·진행단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한다는 단서 조항을 감안하더라도 광주·전남 통합사례 담당자 업무는 과중한 편이다.
광산구 희망복지지원팀 한 통합사례관리사는 “한 명당 60세대 이상 관리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민원상담하기도 바쁜데, 현장에 나가 대상자를 발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통합사례관리사들은 정신질환자나 알코올 중독자 등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원비를 내달라거나 빚보증을 서 달라고 조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소한 문제를 들고 와 해결해 달라고 떼를 써 난처할 때도 있다. 일부 통합사례관리사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사례관리 세대가 자살이나 자살시도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A통합사례관리사는 “자신이 관리해온 세대였는데,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하루종일 일손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알코올중독자 남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찾아갔는데 남성으로부터 위협을 당한 이후부터는 사례관리 대상자 집에 갈땐 무조건 2인1조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받지 못하는 이들과 부정수급자들을 동시에 지켜보며 복지제도에 회의가 든다는 말도 했다.
북구 한 통합사례관리사는 “부모가 35년 전 이혼한 뒤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가 수급자였는데, 지난 35년간 만난 적도 없는 아들의 재산이 일부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탈락했다”며 “아버지는 누가봐도 수급자였지만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