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된 광주지역 최고령 광천시민아파트 주민복지·안전대책 없이 '방치'
대부분 하루살이 생계로 집 고칠 형편 안돼
자부담금 없어 공동주택지원사업도 '포기'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광천시민아파트 주민들이 복지·안전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주민들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들로 자부담금이 필요한 지자체의 지원사업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등 열악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동 시민아파트. 지난 70년에 지어진 이곳은 6·25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판자촌에 세워진 광주 최초의 아파트다.
하지만 45년이 지난 지금은 불꺼진 어두운 복도와 허름한 외관으로 폐허를 연상케 한다.
현재 123세대가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재개발을 예상해 집만 구입해두고 거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거주하는 주민은 100여명을 조금 웃도는 정도다.
이들은 대개 기초생활수급자들로 지인들의 도움이나 폐지줍기 등으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유리창은 깨져 합판으로 막고, 천장은 판넬이 낡아 떨어져 내부 철조구조물이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보수를 할 수도 없다. 시설을 고칠 주체인 관리사무소가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차장도 인근 주민들에게 내준지 오래다.
4.5평에 불과한 좁은 방안엔 세탁기 놓을 공간이 없어 주민들은 각 층의 공용 세탁장에서 빨래를 하며 이곳에서 야채를 씻거나 설겆이까지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다.
광주시에서 진행하는 공동주택지원사업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공동주택지원사업은 시설이 열악한 공동주택의 유지보수를 위한 사업이지만 거주민들이 사업비의 20%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아파트 앞 하수도 공사를 위한 자부담금 6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을 반려해야 했다. 주민들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병원비와 식비만으로도 생활하기 버거운 탓이다.
다행히 최근 서구가 1천5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자부담없이 천장 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들에게는 정부에서 지원되는 생계비가 줄어드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당뇨병 후유증으로 피부박리증상을 앓고 있는 조애순(77) 할머니는 "최근 매달 30만원씩 나오던 생계비가 17만원으로 줄어 걱정인데 아파트 고칠 비용(자부담금)은 엄두도 못낸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도 병원에 갈 형편도 넉넉치 않아 보건소에서 이따금 찾아오는 방문간호서비스의 도움만 받고 있을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서구의회 이은주 의원은 "도심 속 노후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이들이 많지만 자부담금이 필요한 공동주택지원사업으로 실제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원사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충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