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소식
광주ㆍ전남 10년간 재ㆍ보선 82차례ㆍ혈세 200억 날려
이피디
2014. 2. 24. 07:48
비리ㆍ전횡… 썩은 풀뿌리 이번엔 솎아내자 |
6ㆍ4 지방선거 전남일보 제안 - 프롤로그 부패자치 잔혹사 화순 '자치의 비극' 오명…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 '부패ㆍ당선무효ㆍ재보선'… 악순환 고리 끊어내야 |
입력시간 : 2014. 02.24. 00:00 |
6ㆍ4지방선거 D-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사무관계자들이 선거 알림판 및 홍보 포스터, 리플릿 등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
지방자치 근간 '위태위태'
화순 부부ㆍ형제군수 탄생
잇단 재보선에 15억 지출
여수도 9명 낙마ㆍ7억 쏟아
투명행정 이끌 인물 선출
정당공천제 폐지 서둘러야
2014년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고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꼬박 20년째 되는 해여서 의미가 크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 굴곡도 심했다. 불법선거와 각종 비리가 난무하면서 선거가 다시 치러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난 10년새 82차례나 재ㆍ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비용만 200억원에 육박했다.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쏟아졌고 소중한 혈세까지 낭비되면서 지방자치의 근간까지 위태로울 지경이다. 재보궐 선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100일 앞으로 다가 온 지방선거에서 지역민들의 올바른 선택이 절실한 이유다.
●2002년 이후 매년 '6.8회'선거
매년 6.8회 꼴이었다. 지난 2002년 이후 광주ㆍ전남 재ㆍ보궐 선거건수를 연간 평균으로 낸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한 지난 2002년 이후 광주ㆍ전남 재ㆍ보궐 선거 현황 결과에 따르면 총 82건의 재ㆍ보궐 선거(무득표 당선ㆍ사망 제외)가 치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가 다시 치러지면서 비용만 196억9000만원이 소요됐다.
현황별로는 국회의원 4건, 단체장 16건, 광역의원 16건, 기초의원 46건에 달했다. 이중 단체장 선거가 85억5765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이 발생했으며, 기초의원 47억3264만원, 국회의원 37억9800만원, 광역의원 26억146만원 순이었다.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사직과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한 당선무효가 각각 2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개인비리 등으로 인한 피선거권 상실 18건, 퇴직 6건 등 이었다. 이중 선거법 위반, 개인 비리 등의 재ㆍ보궐 선거가 치러진 원인이 무려 70.2%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의원의 경우 각종비리 2건, 단체장 출마 2건이었으며 자치단체장의 경우 당선무효 8건ㆍ사직 7건ㆍ피선거권 상실 1건이었다.
광역의원은 당선무효 6건ㆍ사직 5건ㆍ피선거권 상실 4건ㆍ퇴직 1건을 기록했으며, 기초의원은 사직 17건ㆍ당선무효 15건ㆍ피선거권 상실 11건ㆍ퇴직 3건 등이었다.
●화순은 '군수 무덤'…여수는 '비리 얼룩'
광주ㆍ전남은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지난 10년간 불미스러운 기록들을 쏟아냈다. 화순군은 단체장 재보궐 선거만 무려 3차례나 치러졌다. 현직 군수는 '직위 상실'형 까지 받기까지 했다.
2002년 6월 제3회 지방선거에서 임호경 군수가 당선된다. 임 군수는 취임 한 달도 안 돼 선거법 위반으로 2004년 1월 군수직을 잃었다. 남편이 군수직을 잃자 임 전 군수의 아내 이영남씨가 그해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 전국 최초 '부부군수'가 탄생됐다.
이 군수는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전형준 군수와의 대결에서 졌다. 그 자리에는 '형제군수'가 등장했다. 전 군수는 취임 한 달 만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80여일 만에 군수직을 사임했다. 이어 10월에 치러진 보궐선거에는 전 군수의 동생인 전완준 씨가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동생 전 군수도 2010년 4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해 4월 재선거가 치러지면서 홍이식 군수가 당선됐다. 홍 군수도 임기가 다되도록 구속과 재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재ㆍ보궐선거로 인해 지출된 비용만 15억 원에 달했다.
오현섭 전 여수시장의 비리 연루 의혹을 받은 여수지역 광역ㆍ시의원들이 무더기 의원직 상실을 받으면서 단일 최다 재보궐 선거를 기록했다. 낙마한 의원만 도의원 4명, 시의원 5명 등 총 9명에 달한다. 결국 2012년 4월 11일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고 비용만 7억2000여만원이 지불됐다.
●재보궐 악순환 끊자
재보궐 선거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깨끗한 선거를 통해 투명한 행정을 이끌 인물을 뽑는 것이다. 줄서기가 난무한 정당공천제에 대한 폐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당공천제의 부작용은 컸다. 공천 때마다 잡음과 부정부패가 발생할 우려가 크고 또 실제로도 그랬다.
특히 광주ㆍ전남은 민주당의 지역독과점 체제를 유지해왔다. 실제 민선 5기 기초의원 당선자의 지역별 당 분포도를 보면 광주는 75%, 전남은 69%를 차지했다.
결국 공천권을 쥔 지역구 민주당 국회의원에 의해 단체장 후보가 결정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방식으로 단체장 후보가 선출되면서 견제 없이 막강한 지위와 권한이 주어지면서 불법과 비리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말 많은 공천제는 올해 선거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역민의 올바른 선택이 절실한 상태다. 제대로 된 인물이 없다는 푸념도 있지만 지지당에 대해 무조건 지지하고 보는 풍토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목포경실련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벌써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당들은 공천폐지라는 약속을 어겨서라도 지방선거에 승리를 하겠다는 각오다"면서 "재보궐 악순환을 끊고 제대로 된 인물을 내놓지 않은 정당에 대한 심판, 지역민의 소중한 한 표에 달렸다"고 밝혔다.
24일로 6ㆍ4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방선거는 오히려 '지역을 망치고 있다'는 질책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당에 좌지우지되거나, '당선'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각종 불ㆍ탈법 행위도 횡행했다. 결국 주인이 되어야 할 '주민'은 뒷전으로 밀리고 '비리'니 '예산낭비'니 '전횡' 등으로 지역민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화순 10년의 지방자치 잔혹사'가 대표적이다.
화순은 지난 2002년부터 10여년간 단체장 재보궐 선거만 무려 3차례다.
부정을 저지른 남편을 대신해 부인이 보궐선거에 당선, '부부군수'가 탄생하기도 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된 형을 대신한 동생이 나서 당선돼 '형제군수'가 나오기도 했다. 형을 대신했던 동생은 또다시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자리를 내놓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화순은 현재도 현직 단체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지난 10년간 '부정ㆍ부패→당선무효→재ㆍ보궐선거→부정부패'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재ㆍ보궐선거를 치르느라 15억원의 혈세만 낭비됐다. 지역민들에는 '지방선거=부정ㆍ부패'라는 부정적 인식만을 남겼다. 지역 발전보다는 혈연과 지연에 연연한 선거를 치르면서 빚어진 모양새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에 휘둘리는 것도 문제다.
실상 지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도 그 지역에서 선호하는 당의 공천을 받으면 대부분 당선되는 게 현재의 지방선거 구조다. 단체장을 견제할 지방의원들마저도 같은 구조 속에서 선출되고 있다. 때문에 당선증이나 다름없는 '공천장'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는 부정과 부패로 이어지고 부정부패는 결국 당선 무효라는 결과로 이어져 또다시 선거를 치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2002년 이후 광주ㆍ전남에서만 치러진 82건의 재ㆍ보궐선거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82건의 재ㆍ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낭비된 혈세만도 196억9000여만원이다.
올해로 완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지 20년. 하지만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지방자치제도는 오히려 지역을 망치는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가 정책과 인물 중심, 미래를 위한 선택, 지역의 참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라는 이유다. 본보가 '6ㆍ4 지방선거 전남일보 제안'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달라져야 할 지방선거의 참 모습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