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외계층에게 발급하는 ‘문화누리카드’(이하 문화바우처)가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고 있어 복지바우처에서 지적됐던 취약계층 소외 현상(본보 2월10일자 보도)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광주문화재단에 따르면, 문화바우처인 문화누리카드를 24일 오전 9시부터 온라인과 각 자치구 주민센터를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받는다.
문화누리카드는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문화예술을 생활 속에서 누리기 힘든 소외계층에게 공연·전시·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관람이나 국내 여행·스포츠 경기 관람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선착순으로 접수받는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복지정책 바우처인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이하 복지바우처)도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정작 더 절박한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문화바우처 역시 똑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바우처의 경우 광주시가 지난 9일부터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고, 지원자가 넘쳐 3일만에 대부분의 사업이 마감된 바 있다. 그렇다보니 1등급에 해당하는 한부모가정·장애인가정·다문화 가정 등 취약 계층들이 선착순에 밀려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 해당 자치구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같은 상황은 문화바우처 신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절박함과 필요도보다 선착순 달리기 실력에 따라 혜택이 좌우될 판이기 때문이다.
이는 문화바우처가 지향하는 ‘소외된 계층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기회를 향유한다’는 목적에도 어긋난다.
광주문화재단 측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부에서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문화누리카드를 공급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상위기관인 문화체육부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침이 모든 문화바우처는 선착순으로 발급해야 한다고 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부관광부는 “문화바우처와 복지바우처는 그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비교하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는 이날 “누구는 필요하고 누구는 덜 필요하다라는 것보다는 해당 조건에 충족되는 사람은 모두 문화바우처가 필요하다”며 “복지바우처사업은 때에 따라 형편이 더 어렵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도 있지만 문화바우처는 더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이 가야한다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예산이 부족해 모두에게 문화바우처 사업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회에게 예산요청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문화바우처는 광주지역 기초생활수급자 및 법정차상위계층 6만528가구, 11만 290명을 대상으로 3만 6720매의 문화누리카드가 발급된다. 하나로 통합된 문화누리카드는 세대당 10만 원, 청소년 개인카드 5만 원(세대당 최대 5매 신청 가능), 사회복지시설 거주자 개인카드 5만 원 세 종류로 발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