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염전 노예’ 파문 일파만파
신안 ‘염전 노예’ 파문 일파만파
관할경찰서 등 온·오프라인 연일 비난 ‘휘청’
경찰·군 강력 대책 내놓으며 신뢰 회복 부심
입력날짜 : 2014. 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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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도와줘요.”
노예처럼 염전에서 착취당하던 장애인의 편지 한통이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특히 해당 장애인이 일 했던 신안군이나 관할서인 목포경찰서, 심지어 전남지방경찰청까지 연일 온·오프라인에서 비난의 폭격을 맞으며 휘청대고 있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천일염 불매 운동조짐까지 퍼지고 있다.
12일 신안군 천일염생산자협의회는 신안군청에서 이사회를 열어 노예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강력한 대응을 하자는 쪽과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자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일단 업자들은 갑자기 쏟아진 어마어마한 비난을 감당하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업자는 “‘명품 소금이라고 광고하던게 알고보니 노예를 부려 만든 것이냐’는 등 항의성 전화가 날마다 빗발치고 있다”며 “간장, 된장을 만드는 시기인 요즘 소금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박형기(56) 천일염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전체 소금 생산자를 노예 파문의 장본인인 홍모씨처럼 취급해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어렵다”며 “생산자 대부분은 피땀 흘려 명품 소금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이들은 노예처럼 생활하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장애인이 코앞에 파출소를 두고도 외면한 점 등을 들어 업주·경찰·주민이 한통속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 회장은 “종사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업주로부터 폭언을 듣는다면 바로 신고한다”며 “지금 인터넷과 언론 떠도는 얘기는 20년 전 이야기다”고 주장했다.
섬을 빠져 나가려고 선착장에 가면 주민들이 업주에게 전화해 잡아간다는 말도 영화 속 이야기 같은 것이라고 했다. 혹시 업주의 친척이 있다가 연락하는 사례는 있을지 모르지만, 섬주민이 연락할 일은 없다고 박 회장은 주장했다.
아울러 비난의 주체인 신안군도 진땀을 흘리기는 마찬가지다. 신안군은 이날 인권침해 등 불법 사례에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인권유린 행위가 드러나면 1회 6개월 영업정지, 2회 적발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신안군은 ‘염전 종사자 고용 지침’을 수립, 일정 기간 생산자 교육 등 홍보를 거쳐 시행할 계획이다.
경찰 역시 좌불안석이다. 여론이 연일 거세지자, 뒤늦게 전수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경찰청 주관으로 업주와 현지 경찰관 유착관계 감찰까지 벌이고 있다. 목포경찰, 고용노동지청은 신의도 일대 염전에서 사흘째 종사자 인권 유린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또 경찰청은 염전 담당 경찰이 염전에서 벌어진 노동 착취 행위를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감찰팀을 파견하는 등 어수선하다.
또 사태가 심각해지자 목포경찰은 업주에게 서장 명의의 서한문을 보냈다. 종업원이 가족과 항상 연락이 되도록 하고 가족을 찾을 수 없을 때는 파출소에 의뢰해 달라고 요청했다. 채용 시 수배자, 실종자, 밀입국자 유무를 파출소에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전방위 노력에도 국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도시괴담정도로만 치부해온 ‘섬 노예 인신매매’가 사실로 확인 됐기 때문이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김용철(40)씨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된 터라 충격이 너무 크다”며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 신의파출소 “사과드립니다”
입력날짜 : 2014. 02.13. 00:00
“노예사건을 막지 못한 것 사과드립니다.”
신안군 신의파출소가 신의도에서 발생한 염전 노예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12일 신의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런 일을 파악하지 못해 할 말이 없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지역 구석구석을 더 살피겠다”고 말했다.
노예사건의 진원지인 신의도 신의파출소는 지난 2010년 전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베스트 낙도 파출소’로 선정된 곳이다. 이제는 당시 ‘베스트 파출소’ 현판 사진과 함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의 조롱거리 소재가 되고 있다.
‘여론 융단폭격’을 맞은 신의파출소 경찰관들은 노동 착취를 감시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지역 전체가 ‘노예의 섬’으로 매도되는 현실에는 안타까워했다.
신의파출소 경찰관은 “염전 업주랑 밥 한 끼 먹어본 적 없는데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을 보면 자녀 볼 낯이 없다”며 연일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억울함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청은 염전 관할 경찰이 노동착취를 묵인했는지 조사하려고 6명으로 구성된 감찰팀을 목포경찰서를 비롯해 전남지방경찰청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