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허술한 마스크 쓰고 방제작업 병원행 줄이어
노인들 허술한 마스크 쓰고 방제작업 병원행 줄이어
●여수 신덕마을 방제현장을 가다
방제복·장화·보안경도 없어 원유에 직접 노출
작업자 대부분 구토 두통 현기증 피로감 등 호소
탱크 터미널과 100m도 안돼 또다른 사고 불안감
입력날짜 : 2014. 02.04. 00:00
3일 여수 신덕마을 방제작업 현장. 여수시 공무원 200여명을 비롯해 신덕마을 주민, 자원봉사자 등 1천여 명이 방제작업에 여념이 없다. 특히 신덕마을 주민 300여명은 자식같은 수산물을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기름띠 제거 작업에 열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기름냄새를 막을 수 있는 1급 마스크를 제공받지 못하다 보니 집에서 가져온 마스크를 쓰고 방제작업을 하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속출했다.
◇예고된 인재…환자 속출 = “여수 신덕마을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핵폭탄을 껴안고 사는 지뢰밭과 같습니다. 유독물질이 가득찬 탱크 터미널이 마을과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동네에 누가 살겠습니까.”
여수 낙포동 원유2부두 유조선 충돌 사고로 유출된 기름방제 작업을 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예고된 참사”라고 이구동성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수산물 하나라도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덕마을 청년회 조현중(41)씨는 “유조선 기름 유출로 신덕마을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이번 기름제거 작업에는 수산업에 종사하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 투입됐다”며 “방제작업시 기름 냄새를 막을 수 있는 1급 마스크를 제공받지 못해 구통, 어지럼증세로 여수 성심병원 등 각 지역병원으로 50여명이 실려간 것으로 안다”고 정부의 초동조치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했다.
조 씨는 이어 “이미 소문이 다 퍼졌는데 여수 신덕마을에서 생산되는 이제 수산물을 누가 먹겠느냐. 수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2-3년전 종패를 뿌렸던 바지락을 채취할 황금시기에 무슨 청천벽력 같은 날벼락이냐”며 망연자실했다.
◇안전교육 없이 현장투입, 원유에 직접 노출 = 방제작업에 참여한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 초기에 유해물질이 휘발되어 날아가는 과정에서 이를 흡입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주로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현기증 등의 고통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노인들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누구도 위해물질에 대한 노출로 위험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방제작업자는 원유에 대한 안전교육과 응급진단 요령도 받지 못했으며, 방제복장 또한 부실했다. 방제작업자의 기본적인 지식도 숙지 않은 채, 방제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유의 주성분을 인지한 작업자는 전혀 없었으며,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있는 주민들도 전무했다. 특히 현장 방제작업에 참여한 작업자 대다수는 원유에 손과 얼굴이 직접 노출됐으며, 증기를 마시거나 눈에 직접 닿을 가능성도 다분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해양에서 대규모 원유 오염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는 헥산과 벤젠, 톨루엔 등 VOCs가 대기 중으로 휘발하면서 급성호흡 자극과 반복 노출에 의한 두통, 현기증, 피부자극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방제작업에 참여한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VOCs와 PAHs의 노출여부를 조속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
◇조속한 보건관리 시급 = 사고 예방을 위해 조속한 방제복, 장갑과 장화, 보호안경 등 정확한 방제물품이 지급이 시급하다. 방제 작업에 참여한 주민들에 따르면 많은 주민들이 방제용 1급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암성분의 기름물질을 닦았다고 전했다. 그 마저도 일반 마스크가 지급된 시점도 사고 발생 3일째인 지난 2일 오후에야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제 작업에 참여했던 이모 씨(여·69)는 “기름의 악취 속에서 돌에 낀 기름을 닦다보니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다. 심지어는 흡착포가 없어 면 속옷 등으로 기름을 닦을 처지다”며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자에게는 마스크와 고무장갑, 고무장화 등 방제용 장비를 착용토록 지급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