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소식

7노트 과속·30도 꺾어 접안 … 도선사 실수? 선체 결함?

이피디 2014. 2. 4. 07:48
7노트 과속·30도 꺾어 접안 … 도선사 실수? 선체 결함?
해경 중간수사 발표 의문 투성이

2014년 02월 04일(화) 00:00
확대축소
지난 31일 발생한 여수시 낙포동 원유 2부두 원유 유출 사고는 유조선의 ‘과속’ 에서 비롯됐다는 해경의 중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고 선박에 타고 있던 도선사는 해경에서 “후진하면 배가 정지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지만 경력 23년에 월 10회 이상의 접안을 담당해온 베테랑 도선사의 단순 ‘오판’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선체 결함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수해경은 3일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원유부두로 접안하던 유이산호가 안전속도를 넘는 약 7노트의 속도로 진행한 게 충돌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조선이 접안할 경우 통상 접안 속도를 3∼4 노트 이하로 이동해야 하지만 사고 선박은 예인선과 결합한 뒤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돌진’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해경은 유조선이 하역시설과 충돌 직전인 오전 9시27분께 9노트(16.6㎞/h)를 유지했고 9시30분에는 8노트로 줄였지만 충돌한 시각인 오전 9시35분까지 7노트를 유지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경은 또 여수·광양항의 경우 강제 도선 구역으로 지정돼 입출항하는 유조선 등 대형 외항 선박은 도선사에 의해 입출항하도록 돼 있는데다,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김모(65)·이모(59) 도선사 2명이 사고 1시간 30여분 전인 8시18분 인근 섬인 대도에서 유조선에 탑승했다는 점에서 도선사의 속도·방향 오판 가능성 등 ‘실수’ 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선사는 내항 진입부터 키를 잡고 부두에 접안해 제품을 하역한 뒤 안전하게 외항 기점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고 선박에 탑승했던 도선사 김씨는 해경에서 “후진출력을 하면 충분히 배가 정지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조선에 타고 있던 도선사가 23년 경력의 베테랑인데다, 매월 10차례의 접안을 담당해온 전문가로 음주 운항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항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 오판’로 보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배를 예인하던 예인선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 후진을 시도한 점, 예인선이 위험을 감지하고 충돌 직전 유조선에서 줄을 끊고 이탈하는 상황인데도 2명의 전문 도선사가 기존 속도를 유지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경이 향후 유조선 접안 과정에서 베테랑 도선사가 왜 속도를 줄이지 않았는지, 접안 부두를 150여m 남겨두고 예정 진로보다 30도가량 벗어나 운항했는지, 당시 조타실에 탑승한 해당 유조선 선장 등 다수 선원이 통상적 접안 속도에 비해 높은 속도를 감지하지 못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GS칼텍스 측이 이 날 9시35분 사고가 발생한 뒤 30여분이 지난 10시5분께 여수항만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거쳐 여수해경에 해당 사실을 신고하는 등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사고 후 5㎞ 가량 떨어진 상황실에서 직원이 현장에 도착한 뒤 곧장 해경에 신고했다”며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해야 해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박정렬기자 halo@kwangju.co.kr

 

도선사 (導船士)
선박 입·출항 때 탑승해
부두까지 인도하는 전문가
연봉 1억5천만원∼3억원

 

 

도선사(導船士 pilot)는 바다에서 항구에 입·출항하는 선박에 탑승한 뒤 선박을 부두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한국도선사협회에 따르면 “도선사의 역할은 항해를 보조하거나, 항만으로의 접근과 접·이안 및 입·출항을 보조·지원하는 것으로, 선박의 진행을 이끄는 데 있다”고 명시됐다.

현행 도선법에 따라 외국선박의 경우 500t, 국내 선박의 경우 1000t 이상인 선박에서는 반드시 도선사를 태우도록 규정돼 있다. 보통 도선사는 내항 진입부터 선박에 탑승, 선장으로부터 선박조종의 지휘권을 위임받게 되며 기상과 해류·선박의 크기와 종류를 고려해 배를 부두에 접안시키고, 안전하게 외항 기점까지 선박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도선사는 선박 조종은 물론 항구와 항만의 위치와 기상요건, 물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6000t 이상의 선박에서 5년 이상의 선장으로 근무한 경력자를 대상으로 ▲법규(도선법·개항질서법·행상교통안전법·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해양환경관리법), ▲운용술 및 항로표지, ▲영어시험을 통과해 도선수습생을 뽑는다.

이 후 6개월간의 실무수습을 마친 대상자에 한해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도선사 시험에 합격한 인원만이 도선사 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이 탓에 평균합격 나이는 50세 가량이다. 보통 도선료는 입·출항 요금이 따로 정해져 있으며 도선사의 연봉은 1억5000만원∼3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한국도선사협회에 등록된 총회원은 245명, 이 중 여수(광양)지회 소속은 39명이다.

/여수=김창화기자 c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