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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지원금” 유치원 방과후과정 몸살

이피디 2014. 2. 3. 20:38

8시간 지원금” 유치원 방과후과정 몸살




▲ 광산구의 한 공립 유치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는 모습. 사진은 특정 사실과는 관련 없음.<광주드림 자료사진>


“남들 다 받는데…” 오후 5시까지 유치원 남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부모…정책 개선해야”

맞벌이 부부 등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무상보육’ 정책의 일환인 유치원 ‘방과후 과정’이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8시간 이상 유치원에 남으면 지원금이 나온다는 이유로 늦게까지 유치원에 남게 된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

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방과후 과정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지원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누리과정이 처음 실시된 2012년부터다.

▶사립 7만 원 국공립 5만 원 지원

현재 모든 유치원들은 정규 수업시간인 오전 교육과정(누리과정)과 오후 방과후 과정으로 나눠서 운영되고 있다. 이중 누리과정은 사립유치원은 아이 한 명당 22만 원, 국공립은 9만 원의 지원금이 나오고, 방과후 과정은 사립 7만 원, 국공립 5만 원이 지원된다. 이는 바로 가정에게 제공되지 않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기관을 통해 아이에게 혜택을 돌아가는 형태로 지원되고 있다.

그 전까지 각 유치원에서 실시된 방과후 과정은 아이를 맡기는 가정에서 비용을 부담했는데, 정부가 ‘무상교육·보육’ 정책을 강화하면서 누리과정과 함께 방과후 과정도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 때문에 퇴근 전까지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맞벌이 가정, 가정 형편이 나빠 보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 등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러한 ‘방과후 과정’이 아이들을 장시간 유치원에 가둬놓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치원에 남지 않아도 될 아이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첫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6시까지 유치원에 남아 있는다는 것. “8시간 이상 유치원에 남아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문제다.

▶오후 5~6시까지 유치원 남는 아이들

10년 경력의 북구의 한 유치원 교사는 “예전에는 보통 3~4시면 부모들이 아이를 거의 다 데려갔지만, 정부 지원금이 나오면서부터 아이를 늦게까지 맡겨놓는 가정이 늘어났다”며 “작년 우리 유치원은 1명 빼고 24명이 오후 5시 넘어서 집에 갔다”고 말했다.

오후 5시만 되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시간. 어린 아이들에겐 유치원에 갇혀 꼼짝하지 못한다는 게 고통이다. 이 교사도 자신의 자녀를 다른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아이들이 유치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바로 쓰러져 잘 정도로 피곤해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대부분의 가정이 ‘정부가 준다는데 굳이 안 받을 이유가 있나’ ‘남들 다 받는데 우리 아이만 안 받으면 뭔가 손해보는 것 같다’는 이유로 아이를 늦게까지 유치원에 맡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은 유치원에 오는 매일매일 8시간을 채우는 게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융통성 없는 정책이 아이들 보육 부실로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유치원들의 원생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사립유치원이 더 심했는데, 그만큼 아이들의 ‘머릿수’가 유치원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에서도 이 방과후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사립유치원 교사는 “이전에는 수업이 끝나면 전체 정원의 30~40%만 유치원에 남아 1~2명의 강사만 있어도 감당이 됐지만, 지원금이 나오면서부턴 오전에 유치원에 온 아이들 전부가 늦게까지 남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을 돌보는데 필요한 인력이나 비용 부담이 훨씬 커졌다”고 호소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조정하 광주유치원위원회 위원장은 “무조건 8시간 이상 남으라는 융통성 없는 정책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며 “무상보육의 취지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보육은 ‘부모’다. 필요한 아이들에겐 지원하면서,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부모와 있을 수 있도록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