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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노인의 한파 속 ‘겨울 나기’

이피디 2014. 1. 14. 08:08

<현장르포>나홀로 노인의 한파 속 ‘겨울 나기’
입력시간 : 2014. 01.14. 00:00




“추운 날씨엔 가족들 생각 더 간절”

이불 속서 책 읽으며 외로움·추위 달래
‘냉방’ 불구 전기료 아끼려 계량기 체크


“매서운 추위 속에 노숙하지 않고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광주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6~7도를 가리키는 강추위가 본격화되면서 한파 속 ‘나홀로’ 노인들의 겨울 나기도 시작됐다.
13일 오후 2시께 광주 북구 각화동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최인성 할아버지(74·가명)집에 들어서자 방바닥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최 할아버지 손에 한 달 평균 쥐어지는 돈이라고는 장애수당(시각장애 6급)과 지난해 4월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지원금을 합쳐 44만8,000원이 전부다.
최 할아버지는 18년 전 금전문제로 아내와 이혼한 후부터 애지중지했던 1남3녀의 자식들과 연락을 끊고 지낸 지 오래다.
최 할아버지는 “한 때 충장로에서 내 돈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광주 유명서점에서 책임자로 일했고 출판사 지사장을 할 정도로 승승장구 할 때가 있었는데 건설사 사장에게 10억원을 빌려 줬다가 받지 못해 가정이 해체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최 할아버지는 “빈털터리가 된 자신을 자식들에게 의지하는 건 짐만 되는 것 같아 냉정하게 연락을 끊어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런 단호한 성격의 최 할아버지도 많은 세월이 흐른 탓에 가족들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평소 불면증이 있는데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가 계속돼 잠들지 못하면서 가족에 대한 간절함이 더욱 깊어져 수면제에 의지해 잠을 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충장로에서 제일 비싸고 좋은 옷과 음식만 먹여 키웠다”면서 “이제와서 알아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의사와 국가공무원으로 성장한 딸들을 볼 때면 뿌듯하다”고 자신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말 영구임대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최 할아버지 집에는 난방기구가 없다. 전기요금이 부담된다며 집안에 난로를 들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앙난방이긴 하지만 안방에는 열선이 없어 전기장판과 이불 하나로 얼음장 같은 방바닥에서 겨울을 버티고 있다.
최 할아버지는 “하루평균 7kw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미터기 체크를 빼먹지 않고 있다”면서 “평균을 넘으면 누진제 적용으로 전기요금이 엄청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지원으로 전기요금도 저렴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이 사용하는 것은 미안해 최대한 절약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높은 혈압 탓에 최 할아버지는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오전엔 바깥출입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오후 1시부터 외출을 시작한다는 최 할아버지는 건강유지를 위해 하루평균 3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거나 무등산을 다니며 건강유지에 노력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에는 전기장판을 틀고 독서를 하거나 이것도 아니면 젊은 시절부터 좋아했던 서예에 몰두하기도 한단다.
최 할아버지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문화카드로 최근에는 요리책을 한 권 샀는데 책을 읽으면서 외로움과 추위를 달래곤 한다”며 넌지시 웃었다.
생활비 이야기를 꺼내던 최 할아버지는 금새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다. 지원금을 아끼며 한 달 생계를 이어 가지만 이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일자리를 구한다고 한들 녹록지 않다는 것.
최 할아버지는 “최대한 먹고 싶은 것도 참으면서 돈을 절약하고 있다”며 “지원대상자가 되기 전에는 일용직과 폐지를 수집하며 돈을 모았는데 폐지는 kg당 값이 220원에서 150원으로 뚝 떨어졌고, 일용노동은 나이가 많다며 사실 구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편, 최 할아버지는 “정부와 구청 덕분에 오갈 데 없는 내가 집이 생긴 것은 물론 다양한 혜택을 받아 생활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면서 “생계비를 조금 더 지원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