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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혼란 가중…유통업계·경찰·소방관 '한숨'
이피디
2014. 1. 6. 07:37
새 도로명주소 혼란 가중…유통업계·경찰·소방관 '한숨' |
입력시간 : 2014. 01.06.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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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소에 동(洞)과 아파트 이름 사라져
옛 주소 쓰기 대부분…시스템 적용 고전
지난 1일부터 전면 시행된 도로명 주소 표기로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새로운 주소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택배 등 유통업계 관계자와 경찰·소방관 들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배송사고를 우려한 유통업계와 경찰 등 공무원들은 기존 지번주소를 병행표기하는 등 새로운 시스템 적용에 고전하고 있어 새 주소체계에서 사라진 동(洞)과 아파트 이름을 대신할 대대적인 교통표지판 교체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지역 유통업계와 경찰서, 소방서 등에 따르면 옥션과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 고객 중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비중은 전체 배송물량의 1%를 넘지 않고 경찰신고로 걸려 온 전화도 새주소로 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에 맞춰 시스템을 개편했지만 아직은 일선 택배기사나 고객들에게 도로명주소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경찰과 소방공무원 등도 바뀐 새주소보다는 옛 주소를 사용하거나 건물이름 등 특정 지명에 의해 주소를 찾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비게이션에 새 주소가 입력되지 않은 탓에 택배기사나 택시기사들은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가 하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현장을 찾지 못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남구 한 택배물류센터 소속 택배기사 박모씨는 "새 주소 때문에 매일매일 전쟁같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2년간 홍보기간을 거쳤다지만 아직도 새 주소가 익숙지 않아 배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박씨는 하루에 최소 150개에서 최다 300개의 택배 물건을 배달해야 하지만 아침마다 새 주소로 적힌 주소가 옛 주소 어디에 해당되는지 일일이 인터넷으로 검색하다보면 오전을 허비하기 일쑤란다.
박씨는 "동료들끼리 정신없다고 말들을 많이 한다"며 "우리는 정해진 물량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제때 배달하려면 시간에 쫓겨 과속도 하게 되기 마련"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자주 가본 곳이 아니면 근처에서 물어 물어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박씨는 택배배송 주소를 찾기 위해 하루에 200번 넘는 전화를 걸고 있다.
택배 기사들은 새주소가 너무 넓은 구역을 아우르고 추상적으로 적혀 있어서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가령 주소에 상무로라고 적혀 있다면 상무로가 송정리 다리에서부터 화정동 카톨릭대까지의 범위인데 작심하지 않는 이상 이를 제대로 찾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사무실에서 송장 업무를 보는 김모 씨는 "아직도 택배 송장이 옛 주소로 발급되는 것이 일처리에 더 쉬운 편"이라며 "쇼핑몰 업체에서 옛 주소를 같이 보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아 번거로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도로명주소 전면시행에 의지를 보인다 해도 민간에서는 기존 지번주소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스템 개발과 운영비 부담이 생기더라도 오배송에 따른 반품이나 교환을 고려하면 지번주소를 유지하는 것이 한결 낫기 때문이다.
경찰도 이 같은 불편으로 새주소와 옛 주소를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오히려 새주소보다 옛 주소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광주 서구 한 지구대 경찰 관계자는 "옛 주소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인데다, 새주소보다 큰 건물이나 아파트 등 옛 주소를 보고 출동하고 있다"며 "새주소 전면시행이 됐지만, 아직까지는 사용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분초를 다투어야 하는 소방관들도 경찰과 비슷한 입장이다.
반면 우체국에서는 한결 느긋한 반응을 보였다. 광주 우체국에서 택배배달 업무를 맡고 있는 강모(49) 주임은 "2년간 준비를 해왔고 내부적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주소 시험을 거쳐 95%가 통과한 만큼 새주소 변경에 대한 혼란은 적은 편이다"며 "업무용 PDA에 새주소 데이터가 입력돼 있어 현장에서도 쉽게 주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0여년을 살고 온 한 대학교수는 "새 주소체계는 큰 구역으로 나눠 길과 대로를 중심으로 짜여진 만큼 현재의 교통 표지판을 사람들의 눈에 잘 띄게 더 크고 세분화해서 대대적으로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며 "옛 주소체계에 남아있는 동(洞)과 아파트 이름이 사라진 만큼 빠른 시일내에 혼란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건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