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노인 침묵의 자살’
늘어나는 ‘노인 침묵의 자살’
목포 노부부 동반자살…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상황
“집사람 아프고 나도 아파서 같이 죽기로 했다. 미안하다”
전남, 돈 없어 병원 치료 못 받는 노인 비율 가장 높아
입력날짜 : 2013. 11.25. 00:00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배우 이순재가 열연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70대 노인이 아내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나온다. 평생 자식을 키우며 온갖 어려움을 이겨왔지만 아내가 치매에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되고,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에 연탄불을 피우고 아내와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비극적인 영화 내용이 목포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뇌졸중으로 투병 중이던 80대 남편이 안방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60대 부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노부부는 연탄가스가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비닐로 덮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영화 속과 같은 노부부 동반자살 = 24일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40분께 목포시의 한 주택에서 A(82)씨와 부인 B(69)씨가 숨져 있는 것을 사위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씨 사위는 경찰에서 “김장 김치를 가지고 집을 찾았는데 현관문이 잠겨 있어 열쇠를 열고 들어가 보니, 방안에 두분이 숨진 채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방안에는 연탄 1장이 탄 채 발견됐고 문은 연기가 새 나가지 못하도록 비닐로 덮여 있었으며, 거실은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였고 탁자에는 유서와 영정 사진이 발견됐다.
A씨는 유서에서 “생을 마감하기에 너무 이르다 싶어 몇 달 정도 본 뒤 생사를 결심하기로 하고 오늘까지 왔다”며 “집사람이 아프고 나도 아파서 같이 죽기로 했다. 미안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지난 3월께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며 아내도 최근 허리디스크로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나는 노인 자살 = 이같은 노인 자살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전남지역의 독거노인 증가세가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홀로 사는 노인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자살과 관련한 사전 징후가 나타나지만 이를 사회가 인지하는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자살은 ‘도와달라는 비명(cry for help)’으로 해석되는 데 반해 노인 자살은 누구도 알지 못하고 본인들도 함구하고 있어 ‘침묵의 자살(silent suicide)’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오는 2035년 전남의 ‘65세 이상 1인 가구’의 비중은 26.6%로 높아져 네 집 가운데 한집 꼴로 심각하다. 또 광주·전남지역 지난해 65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각각 65.1명과 70.7명으로 전국 평균 46.1명을 훨씬 앞서고 있다.
◇돈 없어 진료 못받는 노인 최다 = 여기에 전남의 경우 돈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노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실정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치료율 현황’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노인은 11.4%나 된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15.3%로써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서러움을 겪은 노인이 많았다. 대전 7.2%의 두배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74세이하 노인 자살률이 81.8명으로 일본 17.9%, 미국14.5% 보다 무려 5-6배가 많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