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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임승차 막지 마라
이피디
2013. 11. 14. 07:06
지공대사’들 “지하철 무임승차 막지 마라” | ||
“지하철은 노인 최고의 복지…적자 핑계 축소 안돼” | ||
이호행 gmd@gjdream.com | ||
기사 게재일 : 2013-11-14 06: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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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료 이용은 국가가 노인들에게 베풀고 있는 최고의 복지다. 혜택 축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지공대사’(지하철 무료로 타는 65세 이상 노인을 부르는 별칭)들이 분노하고 있다. 광주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해 전국의 지하철 운영사들이 적자를 핑계로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추진하고 나선 데 따른 반발이다. 지하철을 수익 개념으로만 따지는 운영사와는 달리, ‘지공대사’들은 지하철을 자가용으로, 건강 촉매제로, 삶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어 다른 어떤 혜택의 축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3일 광주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서울·광주 등 포함 전국 6개 도시철도공사가 지난 달 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보건복지부에 무임승차 개선안을 제출했다. 핵심은 ‘경로우대 연령 상향’으로, 현재 65세 이상인 무료 승차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 본보가 만난 지공대사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기초노령연금 축소부터 시작해 국가가 노인복지를 대폭 감소시키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김성숙(71) 씨는 “지금까지 세금 내면서 착실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복지제도를 왜 뺏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나이만 조정하지만 나중에는 지하철 복지혜택을 아예 없애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지하철은 다른 교통수단보다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애착을 드러낸 노인도 많았다. 고광호(72) 씨는 “광주가 점점 넓어지면서 버스는 종류도 많고, 환승제도가 있어 잘못 타면 고생하는데, 지하철은 단선이어서 혼동이 없고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도 구비돼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서 “또 급정거·급출발로 다칠 일도 없어 노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다보니 역 중심으로 생활 반경이 바뀌었다”며 “친구들도 이제는 지하철 역 근처가 아니면 만나기를 꺼려한다”고 덧붙였다. 고 씨는 또 “이렇게 노인들의 이동을 지하철이 거의 담당하고 있는데, 적자가 난다고 해서 나이를 상향조정하면 안된다”며 “노인들도 70세를 기준으로 의견이 달라질텐데, 정부가 노인들을 편가르기 하느냐”며 비판했다. 추인정(68) 씨는 “광주가 앞으로 지하철 2호선 등 노선 확장을 하면 적자는 계속 늘어날텐데 이를 노인 탓으로 돌리는 건 옳지 않다”면서 “지하철 자체가 국민을 위한 대중교통이라면 국민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해결해야지, 공사 맘대로 연령을 높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1960년대와 1970년대 어렵던 시절에 국가를 위해 일한 것에 비해 국가가 노인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면서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지하철 무임승차는 보상 차원에서라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희망했다. 대한노인회도 공식 입장을 내놓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노인회 관계자는 “지하철은 적은 돈으로 노인들에게 가장 만족을 주는 복지제도”라며 “무임승차로 노인 행복지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하철 나들이를 하면서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병을 예방,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고 행복 만족도가 올라간다”며 “만일 정부가 노인들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펼친다면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고 경고했다. 노인 무임승차제는 1980년 노인복지법이 시행되면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대중교통 요금을 50% 할인해 주면서 시작됐다. 이어 1984년부터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지하철 요금이 전면 면제됐고, 광주도시철도공사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