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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보건환경연구원 소외계층 정서 지원사업 `성과’

이피디 2013. 11. 1. 07:36

버려진 동물-홀몸 어르신의 행복한 동거
광주보건환경연구원 소외계층 정서 지원사업 `성과’
유기동물 분양 `사람에겐 희망, 동물에겐 생명’
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1-01 06:00:00
 

 

▲ 광주보건환경연구원 `유기동물을 활용한 소외계층 정서안정 지원모델 구축 사업’으로 새 가족을 찾은 `복순이’. 얼마전 새끼도 낳았다.

 “아이고 우리 복순이. 이뻐죽겄어. 어떤 아들이, 어떤 딸이 이렇게 나를 반가워하겠어. 아이고 이뻐라.”

 하얀색 털, 까만 눈을 가진 말티즈 복순이. 꼬리가 떨어질 듯 흔들며 할머니를 반긴다. 두 눈은 할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쓰다듬어 달라고, 예뻐해 달라고 할머니를 보챈다.

 복순이는 버려졌었다. 북구 동림동에서 발견된 복순이는 지난해 1월 광주동물보호소에 입소했다. 길거리 신세는 면했지만 여전히 낯선 곳이었을 터. 복순이에겐 하루 아침에 달라진 세상이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20일 동안 주인은 복순이를 찾지 않았고, 까만 눈을 가진 복순이는 안락사 당할 처지였다. 그런 복순이는 지금 새로운 주인을 만나 사랑 받는다. 얼마 전에는 예쁜 새끼를 낳았다. 복순이를 닮은 하얀색 강아지는 며칠 전 눈을 뜨고, 지금은 복순이의 젖을 맹렬하게 빤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복순이는 새로운 생명을 하나 더 만들어냈다.

 혼자 사는 할머니도 친구를 얻었다. 복순이 재롱에 웃을 일이 많아졌다.

 “이것이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지 자꾸 사랑해주라고 그러네. 말만 못할 뿐이지 사람하고 똑같아. 요놈 때문에 적적하지도 않고…. 가끔 옛날 일이 생각나는가 눈물도 흘리대. 그렁그렁 해.”

 새끼까지 턱 하니 낳아줬으니 할머니는 복순이가 대견스럽다. 새끼를 챙기는 복순이를 보면서 “사람보다 낫다” 생각하기도 한다.

 복순이와 할머니를 이어준 것은 ‘유기동물을 활용한 소외계층 정서안정 지원모델 구축 사업’이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연구부가 주관하고 광주동물보호소와 쌍촌종합사회복지관의 협조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동물보호소에서 관리·보호하고 있는 유기동물 중 주인을 찾지 못한 동물들을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 가정 등에 무료로 분양해주고, 동물을 키우는 데 드는 사료와 각종 부대 재료를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올해 처음 시도됐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연구부는 지난 5월 독거노인 3가정과 장애인 2가정에 5마리의 유기견을 분양시켰다. 심장사상충 검사와 예방접종 등 건강진단을 하고, 피부 밑에 전자칩을 넣어 동물등록까지 완료한 후 각 가정에 보냈다. 복순이도 이 과정에서 할머니에게 분양됐다. 분양된 뒤에도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정기적으로 미용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까지 주고 있는 것. 포기하는 사람도 생기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분양된 유기동물 모두 새로운 주인들과 잘 지내고 있다.

 할머니도 복순이를 분양받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생명 하나 살린 것 아니여. 잘 해줘야지.”

 광주동물보호소에 따르면 복순이처럼 버려지는 유기동물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광주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하는 유기견과 유기 고양이는 2010년 1691마리, 2011년 1842마리, 2012년 2035마리였다. 유기동물이 해마다 10% 정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유기동물들은 20일 동안 주인이 찾아가지 않을 경우 안락사에 처해질 확률이 크다. 2012년의 경우 14%가 주인을 찾았고, 53%가 입양됐으며, 18%는 안락사됐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연구부 최종욱 수의사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과 희망없이 하루하루 살다가 안락사 당해야 하는 유기동물들을 이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었다”며 “사람은 반려동물을 통해 삶의 위안과 희망을 얻을 수가 있고 유기동물 또한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유기동물 분양을 위한 만남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