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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배추 폭락조짐·중개상인들 농락까지

이피디 2013. 11. 1. 07:34

가을배추 폭락조짐·중개상인들 농락까지
입력시간 : 2013. 11.01. 00:00


 

가을배추 가격 폭락과 중간상인들의 계약 미이행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31일 해남 문내면 동외리 가을배추 밭에서 한 농민이 제값을 받기 위해 배추 관리에 여념이 없다.
"제값 받아야 할텐데" 농가들 한숨

애써 키웠지만 계약금 등 돈 못받아 '울상'

제대로 관리 못해 배추에 병충해도 발생

전남도 "농가 원치 않으면 폐기처분 없다"

"계약금을 받지도 못했고, 관리하겠다는 중개상인들이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여러 농가들이 속상해 하고 있습니다."

가을 배추가 풍년이라 3만톤을 폐기처분 하기로 정부가 발표한 가운데 전남지역 배추 농가들은 일부 중개상인들의 횡포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31일 해남 문내면 동외리의 김모(55)씨의 가을배추 밭.

속이 꽉 찬 가을배추로 녹색 물결이 뒤덮고 있지만 정작 배추밭 주인인 김씨는 얼굴에는 그늘과 한숨만 가득하다.

지난 8월말께 중개상인들과 한 포기당 600원의 계약을 맺고 이들에게 모종과 비닐하우스 등의 재료를 받아 3천 평의 부지에 가을배추를 심었지만 아직까지도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계약에 가을배추를 심고 농약을 한번 한 뒤 거름을 한 차례 주기로 했던 김씨는 계약대로 이행을 했지만, 중개상인들이 "곧 돈을 주겠다"며 계약금은 두달째, 중도금은 2주일째 주지 않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출하가 2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격 폭락 조짐에 중개상인의 농간이 겹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인근 재배농민 이모(57)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중개상인과 한 평당 6천500원에 계약하고 가을배추를 5천여평에 심었다.

하지만 농약 등의 관리를 하기로 했던 중개상인이 농약을 주지 않는 등 관리를 소홀하게 하면서 일부 가을 배추가 병충해의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내달 20일께 출하를 앞둔 상황에서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주기로 했던 중개상인이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어서 근심만 늘고 있다.

이씨는 "병충해 등을 막기 위해 약을 뿌려야 했는데 20일이 지난 이제서야 약을 하는게 어떻냐는 연락을 받았다"며 "배추가 병충해를 입었는데 약을 쓴다고 잡힐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상인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달라고 하면 전화를 받지 않고 잠수만 타고 있어 속이 상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을배추값이 폭락 조짐을 보이자 시세차익을 노린 중개상인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면서 농민들과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농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일부 농가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구두계약으로 관련 내용을 처리해, 중개상인들에게 피해를 입을까봐 애써 길러온 배추를 팔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을배추 재배 농민 정모(48)씨는 "계약불이행으로 배추를 팔고 싶지만 중개상인들에게 받은 모종으로 배추를 심은 탓에 중개상인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어 배추를 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소매 상인들이 해남의 배추 농가를 많이 찾아와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농가들이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중개상인들이 가격을 가지고 장난을 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배추가격이 결정되지 않아 전남지역 농가에서 폐기처분은 아직 없다"며 "농협과 계약한 농가는 협의를 통해 일부분 폐기할 수 있겠지만 농가가 원하지 않으면 폐기처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을배추 농가들을 위해 79억원을 투입해 김장업체에서 미리 배추를 매입해 김치를 담그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특히 농작물 가격 안정을 위해 전남 서부 9개지역에 295억원의 예산을 책정, 가격안정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