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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봉착한 사업단…명품 김치의 운명은?

이피디 2013. 10. 22. 07:09

한계 봉착한 사업단…명품 김치의 운명은?
“제조능력 없이 `개발·생산-유통-판매’ 욕심 감당못해”
“지원조직-사업체 중 역할 분명히 정했어야” 지적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0-22 06:00:00
 

 

▲ 광주김치의 브랜드·세계화를 목표했던 `광주명품김치산업화 사업단’이 3년의 사업 기간 동안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 정부의 추가 지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업단의 존속이 기로에 섰다.

 ‘광주명품김치산업화 사업단(이하 사업단)’의 시작은 야심찼을진 몰라도 그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자체 제조능력이 없으면서도 새로운 레시피 개발부터 독자 브랜드를 내 건 제품 생산, 유통, 판매 등 김치산업 전반의 과정에 모두 손을 대다 보니 그 어디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나올 수 없었다는 것.

 특히, 제조 기반을 갖추기 위해 기존 업체들을 끌어들였지만, 정작 사업단이 기존 업체들에 대한 지원 조직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체 성격으로 운영되다보니 참여 업체들과 사업단과의 갈등이 생겨 사업 추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광주시와 사업단이 주장하는 대로 어쩌면 3년의 사업 기간은 너무 짧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단지 ‘시간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업단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사업단은 광주지역 김치업체 12곳과 3개 대학, 2개 연구기관, 광주시로 구성돼 있다. 이중 연구기관과 대학들은 광주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김치와 차별화된 레시피와 우수종균 개발, ‘김치광’이라는 자체 공동브랜드 개발 등 R&D 분야에 집중했다.

 광주시와 사업단은 이를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유통·물류·마케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유명 김치업체들이 사용하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 방식을 통해 ‘김치광’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산·학·연·관’이 모두 참여한 ‘좋은 그림’처럼 보이나 실제론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낳았다. 정부·지자체의 정책 사업을 통해 탄생하긴 했으나 사업단은 엄밀히 따져 새로 생겨난 ‘김치 사업체’의 성격이 짙다. 실제 수출이나 수도권 시장 진출 등 진행중인 마케팅 사업들은 기존 김치업체들이 생산하던 제품의 판로가 아닌 ‘김치광’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는 사업단을 위해 `김치광’을 만들어주는 업체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A업체 관계자는 “`김치광’을 제조해 판매하면 수익금을 우리가 갖지만, 이게 한편으론 원래 하던 일에 다른 일이 추가된 것처럼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며 “때로는 사업단 일이 우리 업체들을 위한 건지 사업단을 위한 건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김치광’이 광주대표김치 브랜드라고 밀어줄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B업체는 “몇년 간 일반 업체들이 만드는 것은 광주대표가 아니고, 사업단이 갑자기 만든 `김치광’은 광주대표라고 하는 것은 사실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다”며 “광주시가 하는 것을 제외하면 `김치광’이나 새 김치업체가 생기면 자신들만의 고유 제품을 만드는 것이나 개념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부터 사업단이 김치산업을 직접 하기 위한 조직인지, 아니면 옆에서 지원하는 조직인지 성격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면서 “광주김치산업 활성화란 게 기존 업체들이 잘 되게 지원해주는 방법도 있고, `김치광’을 키우고 싶다면 제조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할 수도 있는 건데, 사업단이 `자기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자체 제조시설이 없어 참여 업체들의 도움 없인 유지되기 어려운 사업단이지만, 정작 참여 업체들에겐 “`김치광’을 살리는 게 광주김치산업을 위한 것이다”는 명분 말고는 지원이나 혜택을 주지 않아 내부 불만이 커진 것이다.

 이로 인해 사업단의 전반적인 운영 자체가 탄력을 받기 어려웠다. 사업단장이 지난 2년간 4번이나 교체된 사실이 이를 명백히 대변한다.

 특히, 추진했거나 예정된 사업 대다수가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보단 사전에 `한국명품김치산업화 사업’을 추진한 전문가들과 광주시가 짜놓은 것들이다보니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내부 공감대도 크지 않다. 한 예로, 업체 입장에서 반길만한 학교급식 공동 납품에 대해서도 “이전에 개별적으로 입찰할 땐 kg당 3800원 정도를 받았는데, 사업단이 계약을 맺을 땐 3300원으로 가격을 낮춰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며 울상을 짓는 업체들까지 생겼다.

 사업단 측은 “우리만의 사업을 하려고 했다면 기존 업체들에 대한 차별을 가져왔을 것이다”면서 “지금 하고 있는 사업들은 `김치광’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광주김치산업 전체를 위한 것이다. `김치광’은 첨병 역할로 개별 업체들도 수출하고 다른 시장으로 나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4번째 단장이 된 김광호 사업단장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소란스러운 점이 많아 안타까운 시간을 허비했다”며 “앞으로는 업체들과 다른 구성원들이 잘 뭉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내부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광주명품김치사업단 기로…`감칠배기’는 `김치광’의 미래?
“실패도 반복할라” 우려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0-22 06:00:00
 
“김치광과 감칠배기는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광주명품김치산업화 사업단(이하 사업단)’을 바라보는 광주지역 김치산업 종사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지난 2005년 산업자원부(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의 ‘지역연구진흥사업’을 통해 광주시는 ‘광주·전남김치산업육성사업’을 추진했다. 3개년 사업으로 국비를 포함해 63억1000만 원이 투입된 이 사업에는 광주시, 전남도, 광주 남구, 전남 나주시 등을 비롯해 지역 대학들, 연구기관, 광주·전남의 김치제조업체들이 참여해 사업단을 꾸렸다. 이 때 생겨난 공동김치브랜드가 ‘감칠배기’다.

 ‘김치광’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흡사하다. 광주시는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에 선정돼 광주지역 김치제조업체와 대학, 연구기관 등을 참여시킨 사업단을 설립했다. 이 역시 3개년 사업으로, 사업비는 총 48억 원(국비 50%, 시비 50%)이다. 사업단이 ‘김치광’을 만든 것은 지난해다.

 ‘감칠배기’ 사업단과 ‘김치광’ 사업단이 했던 사업의 내용도 우수 균주 및 레시피 개발, 수도권과 해외 시장 진출 등으로 비슷하다. 특히 ‘김치광’ 사업단이 지난 3월 경기도 광주에 ‘수도권 거점센터’를 마련했듯, ‘감칠배기’ 사업단도 수도권 지역에 5개 대리점을 구축해 시장 진출을 꽤했다.

 이처럼 ‘감칠배기’와 ‘김치광’은 다른 듯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김치업계 한 종사자는 “‘감칠배기’나 ‘김치광’이나 사업단이 추구하는 일이나 과정이 다 비슷하다”면서 “이번 사업은 예전에 했던 일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상태로는 ‘김치광’이 ‘감칠배기’의 실패까지 닮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감칠배기’ 사업단은 2007년 이후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사실상 사업을 종료했다. 사업 기간 다양한 시도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0년 설립해 김치타운 내 입주한 (주)광주김치감칠배기가 ‘감칠배기’ 브랜드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김치업체 한 종사자는 “‘김치광’ 사업단은 ‘감칠배기’의 실패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준비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배추 절임공장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업체마다 솜씨 다른데
배추 공동구매한다고?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0-22 06:00:00
 
 ‘배추 절임시설 공장(이하 절임공장)’은 ‘광주명품김치산업화 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자산으로 남길 가장 대규모 사업이다.

 21일 광주시와 사업단 등에 따르면, 절임공장에 들어가는 비용은 26억 원으로 국·시비가 각각 11억 원, 사업단 자부담이 4억 원 정도다. 아직 광주시가 필요한 모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정확한 추진 일정은 잡혀 있지 않으나 2013년 사업계획에서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사업단은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 절임공장은 사업단에 참여한 업체들이 공동으로 사들인 배추를 통일된 방식으로 절이는 시설이다. 광주시는 “절임공장이 들어서면 각 업체가 부담하는 배추 구매 비용이나 절이는 데 들어가는 각종 비용 절감은 물론, 한 번에 대량을 절여 각 업체는 양념에 버무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생산량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며 “제품의 맛이나 품질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A김치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추구하는 레시피에 따라 사용하는 배추가 다 다른 상황에서 파격적인 가격이 아닐 경우 공동구매에 참여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며 “과연 절임공장을 만들어서 절인 배추의 가격을 업체들이 원하는 만큼 싸게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절임공장에서 대량으로 절인 배추는 사실상 ‘김치광’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업체들 입장에선 “우리 것도 만들어야 하는데, ‘김치광’때문에 또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절임공장을 조성하는 데 업체들이 자부담을 들여야한다는 것 역시 업체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단 측은 “각 업체들이 배추김치를 만들 때 가장 애로사항을 겪는 부분이 절임이다”며 “절임공장이 생기면 오히려 업체들에게 많은 이득을 안겨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 입장에선 절임공장이 크게 도움이 될까 우려할 순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설의 형태나 시스템은 잡혀있지 않다”면서 “저염식 절임’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