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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한국군, 일본군과 뭐가 다른가?

이피디 2013. 10. 21. 07:51

베트남전 한국군, 일본군과 뭐가 다른가?
`책 읽는’ 수완중 학생들 `꽃할머니’ 권윤덕 작가와 대화
“베트남 국민에 사과해야”…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진실 대면
정상철 dreams@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0-21 06:00:00
 

 

▲ 18일 수완중에서 열린 독서캠프, 동화 `꽃할머니’를 놓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꽃할머니’ 이야기를 그리고 쓴 동화작가 권윤덕이 광주 수완중학교에 왔다. 18일, 오후 6시 그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질문 속에 세상을 관통하는 ‘느낌표’가 그려져 있다. ‘꽃할머니’가 어떤 동화던가? 한ㆍ중ㆍ일 공동기획으로 만들어진 ‘평화그림책’ 시리즈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구체적인 증언을 토대로 그림과 이야기의 얼개를 짰다.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먼저 제안한 것은 일본의 작가들이었지만 끝내 일본에서 위안부를 다뤘다는 이유로 ‘꽃할머니’는 출판조차 되지 못했다. 권윤덕이 학생들에게 묻는다. “‘꽃할머니’에 나오는 일본군은 복장만 선명하고 얼굴은 없어요. 왜 그럴까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질문이다. 근데 한 아이가 정확하게 답한다. “나쁜 짓을 한 것은 일본군 한 개인이 아니니까요.” 그렇다. 나쁜 것은 국가의 시스템이며 권력의 욕심일 뿐 개인이 아니다. 어쩌면 어린 소녀를 위안부로 끌고 간 일본 군인도 전쟁의 피해자일 수 있다.

 권윤덕의 입에서 더 무거운 질문이 나온다. “베트남전에 전투병사가 참여한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한국군은 아주 잔인하게 베트남 민간인들은 학살했고, 베트남의 마을에는 한국군의 만행을 자세하게 기록한 ‘증오비’가 세워져 있어요. 일본군과 베트남에서의 한국군은 뭐가 다를까요?”

 학생들의 입이 무겁게 닫힌다. 역사교육이나 개인적 독서를 통해 일본군의 만행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베트남전의 진실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몇몇 학생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다.

 권 작가가 수완중에 온 것은 그 학교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독서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하룻밤 독서하는 그런 속 빈 캠프가 아니다. 수완중 학생들의 사고를 열어주고 진짜 배움의 기회를 준 사람은 김태은 교사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책 읽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책에서 얻은 지식 위에 경험을 입혀 아이들이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돕고 있다.

 현재 2학년인 학생들은 이미 1학년 때부터 ‘꽃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책들을 찾아 읽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로운 싸움인 ‘수요집회’에도 참여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 영화 ‘그리고 싶은 것’도 봤다. 그 앎의 과정 뒤에 아이들에겐 작은 소망이 생겼다. 권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몇몇 학생들은 ‘꽃할머니’ 읽고 권 작가에게 편지를 썼다. 그렇게 ‘인문학 독서캠프’라는 옷을 입고 학생들과 권 작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권윤덕의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뭘 느꼈을까? 정재준(15) 학생은 말한다. “책이나 다큐영화로 위안부 문제를 접할 때보다 직접 작가와 만나 대화를 하니 훨씬 실감났어요. 위안부 문제가 절대로 먼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란 것을 알았어요.” 정말 그렇다. 한국인 위안부는 적게는 4만 명에서 많게는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스스로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밝힌 사람은 238명이며 현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56명에 불과하다. 그 할머니들에겐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꽃할머니’의 실제 모델인 심달현 할머니도 `꽃할머니’가 출간된(2010년) 그 해 세상을 떠났다.

 김가람(15)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우린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잖아요. 베트남 국민들에게 우리도 진짜 진심 담은 사과를 했으면 좋겠어요.” 어느 때 보면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