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소식

친환경인증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피디 2013. 10. 18. 08:15

<긴급 점검>친환경인증제 무엇이 문제인가
(상)부실 비리 실태
허술한 검증 절차 눈먼 보조금 '줄줄'
전남도는 면적 늘리기만 급급
인증 농가 내실화는 수수방관
사태 번지자 뒤늦게 대책 발표
입력시간 : 2013. 10.18. 00:00



친환경 농산물 인증과 관련, 허위 및 부실 인증을 포함 문제점들이 도를 넘고 있다.

장성군 부군수가 허위 인증을 주도한데다, 브로커와 인증기관이 짜고 가짜로 인증 마크를 찍어준 대신 수십억원대의 보조금을 빼돌려 구속 기소되면서 밝혀진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친환경 인증과 관련된 문제점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인증과 관련된 작목반장과 짜고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영농장부를 제3자가 작성했음에도 묵인된 점, 축소심사 후 거짓보고 등 인증 시스템상 허점으로 인한 비리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박준영 전남지사 취임 후 지난 2004년부터 핵심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전남도는 면적 늘리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인증 관리나 인증을 받은 농가에 대한 내실화는 방관으로 일관, 이번 사태까지 번지게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더구나 친환경 인증 비리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검찰 수사 확대가 예상되자, 전남도는 뒤늦게 일제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유기농을 집중 육성한다고 밝혀, 전남도의 대책이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전남도와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친환경 농업 인증 기관에서 이런 검증 절차 없이 거짓으로 인증마크를 찍어주고 있다.

심지어 나주의 축사를 비롯, 고흥의 묘지와 장흥의 주차장까지 친환경 농지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허위로 제출한 영농일지로도 인증이 가능할 만큼 인증 절차는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허술했다.

가장 큰 문제는 허위 친환경 인증 마크를 단 가짜 친환경 농산물이 시중에 버젓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이를 학교 급식을 통해 아이들이 먹고 있는 등의 이유로 소비자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례로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합동단속반은 16일 친환경 농산물 인증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 브러커와 인증기관, 장성군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과 공무해 가짜로 인증 마크를 찍어주고 보조금 3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인증기관 A사 대표 B씨와 장성군 부군수 등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담당 공무원 C씨 등 15명을 불구속했다.

앞서도 전남지역 13개 지자체가 2000년 이후 인증 면적을 부풀려 전남도에 허위로 보고했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올들어 현재까지 인증심사 절차를 어기거나 기준에 맞지 않는데도 인증서를 발급한 등의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인증기관은 전국적으로 43곳에 이르며 광주·

전남 인증기관은 무려 67%인 29곳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에는 전국적으로 5곳의 인증 기관이 적발됐는데 지역 인증 기관이 100%를 차지했고 2009년 역시 1곳이 적발됐는데 지역 인증 기관이었다.

2010년에는 5곳 중 지역 인증 기관은 3곳이었으며 2011년 10곳 중 5곳, 2012년 14곳 중 8곳, 올들어 현재까지 13곳 중 7곳을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 농가들의 행정처분도 전남이 압도적이다.

2009년에 전국 친환경 농가 2천528곳이 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았는데 지역 농가는 절반이 훨씬 넘는 1천392곳에 달했다. 2010년에도 2천934곳 중 2천204곳, 2011년 1만984곳 중 9천982곳, 지난해 5천749곳 중 4천589곳, 올해 4천643곳 중 3천675곳으로 파악됐다. 최근 5년새 2만1천842곳의 친환경 농가가 처분된 것이다.

이와 관련, 농관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전남도가 막대한 예산 지원이 되는 친환경 농업 인증 면적만 늘리는데 급급, 도내 지자체에 실적 상향을 지시하면서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농가가 인증을 신청, 부작용이 속출한 것 같다"면서 "친환경 농가에 대한 각종 정부 기금 지원 기준이 강화될 경우 이미 인증을 받은 상당부분 농가가 탈락할 것이고 신청 또한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거짓인증’ 보조금 착복해도 처벌 못해
입력시간 : 2013. 10.17. 00:00




인증기관·브로커 난립…검찰, 행정처분 조치

■ 친환경 농산물 인증비리 문제점

친환경 농산물 인증시스템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거짓인증을 남발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와 인증기관 난립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단속반(반장 김한수) 조사결과 7개 인증기관과 10명의 브로커가 5,700여 농가를 끌어들여 63.8㎢에 대해 인증을 남발해 30억원을 착복했다.친환경 인증 비리에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소개해주는 브로커의 난립을 원인으로 지목됐다.
브로커들은 농가를 찾아가 거짓인증이 가능한 기관을 소개해주고 인증보조금(1농가당 15만~30만원)의 30%를 소개비로 챙겼다.
일부 브로커는 친환경 농자재업체를 운영하면서 농가에게 친환경 농자재를 무상으로 공급해주고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3억~6억원을 착복하기도 했다.
2007년 37개에 불과하던 인증기관은 7년 사이 76개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인증건수도 2010년 1만3,966건에서 지난해 1만6,149건으로 3,000건 이상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증기관이 ‘을’이 되고 브로커가 ‘갑’이 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일부 인증기관은 농약검출이 예상되는 수질시료를 수돗물로 바꿔치기 하고 농약이 검출되지 않은 것처럼 서류변조까지 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농지에는 농산물이 경작되지 않는 토지, 묘지, 아스팔트 도로, 저수지 등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 모 장성군 부군수는 전남에서 친환경농업을 역점시책으로 삼으면서 거짓인증을 주도하며 공무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일부 공무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거짓 영농자료를 대신 작성해 주며 자괴감을 느꼈고, 공무원을 그만두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같은 적발사실을 29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보조금이 환수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또 문제된 친환경인증기관 명단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통보해 인·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조치토록 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자체의 친환경 인증면적을 늘이려는 실적 지상주의, 지자체가 친환경농업 관련 비용 대부분을 보조금으로 보전해 줘 농민의 자부담이 거의 없어 범죄의 사슬이 형성됐다”며 “농약을 사용한 일반농산물이 친환경으로 둔갑해 학교급식으로까지 유통된 만큼 구조적 비리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