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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초등 교사들 `배구 권력’
이피디
2013. 9. 29. 10:30
광주 초등 교사들 `배구 권력’ | ||||||||||||||||||||||||||
배구가 승진 줄서기 도구 `배구 라인’까지 등장 광적인 배구문화, 교사들 “싫어도 억지로 참여” | ||||||||||||||||||||||||||
정상철 dreams@gjdream.com | ||||||||||||||||||||||||||
기사 게재일 : 2013-09-27 06: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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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시간에 이웃학교 우르르 몰려가 배구연습도 도를 넘어선 초등학교 배구문화가 논란이다. 배구만 잘 하면 ‘위너’가 되고, 배구를 못 하면 학교 안에서 ‘루저’ 취급을 받는다. 특히 배구를 하기 싫은 교사도 학교장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배구활동에 참여하는 실정이며 배구가 친목 도모의 수준을 넘어 승진을 위한 ‘줄서기’의 도구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배구를 잘 하는 교사를 ‘초빙교사제’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학교로 끌어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배구 라인’이란 말까지 등장해 초등 교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통용되고 있다. 또 배구대회가 있는 때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학교 일과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교사들이 단체로 출장을 끊고 이웃학교로 배구 연습시합을 나서는 게 광주의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관례가 되다시피 했다. 배구대회가 수없이 많기 때문에 교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학교를 비우는 사례가 많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오직 배구를 위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축소 운영해 학생들에게 직접적 피해가 돌아가기도 한다. 광주지역 초등학교에서 배구는 ‘유일무이’한 운동이다.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일상처럼 하는 운동이며 교장이나 교감이 배구를 좋아하는 학교는 거의 광적으로 배구에 매달린다. 한 교사는 광주 초등학교 배구문화를 “군대축구랑 똑같다”는 말로 정의한다. 교사와 교육청 직원들로 구성된 배구 동아리가 10개나 존재하고, 별도로 초등학교 자체적으로 배구를 진행한다. 특히 ‘4개교회’라는 독특한 배구 모임이 존재한다. 인근에 있는 4개 초등학교가 하나의 리그로 묶이고 각 학교가 1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총 4회 배구대회를 연다. 배구를 싫어하는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배구장에 끌려 다닌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무리 하기 싫어도 교장·교감이 무서워서 끌려 나갈 수밖에 없다”며 “배구를 잘 하는 사람은 칭찬을 받지만 교장들이 못 하는 교사에게는 대놓고 쌍욕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오직하면 ‘배구 못하면 루저다’는 말이 생겼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배구가 승진을 위한 ‘줄서기’의 도구로까지 작용한다는 것. 배구클럽들이 대부분 출신 대학 교사들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여 있기 때문에 밀어주고 끌어주는 현상이 뚜렷하다. 배구 클럽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교장이나 장학사들이 회원들에게 힘을 실어줘 ‘교과연구회’ 강사를 시켜주고, 장학지도 책자를 발간할 때 주무자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또 승진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연구학교에 보내주기도 한다. 심지어 ‘초빙교사제’를 악용해 배구 잘하는 회원을 자신이 교장을 맡고 있는 학교로 데려오는 경우도 흔하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배구라인만 잘 타고 다녀도 승진 점수를 얻기가 수월해 배구에 목매는 교사들이 수없이 많다”며 “배구를 위해 모이는 학교도 있고, 교장이 ‘너는 배구 잘 하니까 우리 학교로 와’, 하는 식인데, 이 경우 ‘초빙교사제’를 악용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의 광적인 배구문화는 학생들의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생활체육협회 등이 주최하는 규모가 큰 배구대회가 열릴 때면 배구연습을 위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단축 운영하고, 심지어 수업을 단축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광주의 한 교사가 작성한 `초등학교 교사 조직문화의 현상학적 탐색’이란 논문을 보면 배구와 관련한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의 인터뷰가 나온다. “내가 4년을 학교에 근무하면서 몇 번을 들었는데, 다른 학교에서 배구하니까 오늘은 빨리 먹고 빨리 보냅니다. 그런 날 학부모가 왔는데 아이는 일찍 끝나서 운동장에 있는 거야. 학부모들이 나한테 불평해. 선생님들 배구하러 간다고 일찍 끝낸다고, 또 그걸 방송으로 공식적으로 쉬는 시간 단축한다고 말을 해. 밖에서 볼 땐 말이 안 되죠.” 장휘국 교육감 체제부터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규모가 큰 배구대회가 있는 때 교사들이 단체로 다른 학교로 원정 연습시합을 나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 경우 학교 일과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교사들이 단체로 출장을 끊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은 끝냈더라도 초등학교 일과시간은 4시인데 교사들이 2시50분에 우르르 다른 학교로 몰려가서 3시30분부터 배구연습시합을 시작한다”며 “학교를 떠나는 사유는 전부 `출장’인데, 큰 시합 있을 때면 일주일에 두세 번을 이러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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