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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비 내렸으면…

이피디 2013. 8. 19. 06:27

“하루라도 빨리 비 내렸으면…”
입력시간 : 2013. 08.19. 00:00


 



고온에 강우량 적어 과실 상품성 하락
메마른 나무 관수시설로 물 공급 한계

현장르포 - ‘폭염·마른장마’속 나주 배농가 가보니

“매일 이어지는 폭염에 마른 장마까지 겹쳐 한창 자라야 할 과일이 성장이 멈춰 수확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큰 걱정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4시께 나주 금천면 김영준씨(65)의 과수원 밭. 낮 기온이 35도를 웃돌며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김씨의 1만1,570㎡ 면적의 배나무가 말라 가고 있다.
그나마 폭염과 가뭄을 대비해 수년 전 설치한 관수시설이 임시방편으로 물을 내뿜으며 배나무에 수분을 공급해주고 있었다. 불볕더위와 한동안 지속된 열대야로 김씨는 과수에 오전과 오후 12시간씩 방향을 바꿔 가며 관수시설을 통해 배나무가 메말라 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통상 8월 중순에 접어드는 이 시기에는 배가 50%이상 성장해야 하는데도 최근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인데다 동남아지역처럼 고온다습해 배의 성장이 멈춰 버린 상황이다.
배 성장에 있어 최적의 조건은 아침과 밤의 적절한 온도변화와 습도, 일조량이 필요하지만 폭염만 계속된 데다 비까지 내리지 않다보니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자잘한 배들이 군데군데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김씨는 “배의 성장에 있어 최적의 온도는 24~25도인데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고 있고, 밤이 되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과수가 자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관수시설을 통해 물을 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자연적인 일교차와 강수로 적절히 수분을 공급해 줘야 하는데 요즘같은 상태에서는 배가 자라나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급수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관수시설이 설치된 주변의 땅은 촉촉이 젖어있는 반면, 조금 떨어진 곳은 강우량이 없는 관계로 드문드문 갈라져 있었다. 또 제대로 수분을 받아들이지 못한 배나무의 잎은 오므라져 있었다.
김씨는 “영양을 공급하는 잎이 수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 열매에서 수분을 빨아 들인다”면서 “잎이 오므라져 있는 것은 수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25년간 배를 수확해온 김씨는 지난해 태풍 볼라벤 여파로 투자비용 3,000여만원만 겨우 건졌다.
이 곳 농장은 최고 수익 1억여원까지 내기도 했지만 올해의 경우 폭염 때문에 성장이 더딘 배의 모습을 보고 있는 김씨는 상품화할 수 있는 과수 양 또한 줄어들 것이라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김씨는 “그나마 우리 농장의 경우 피해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작년에는 태풍 볼라벤 때문에 피해가 컸는데 올해도 걱정이다”면서 “정성스럽게 키워 봉지작업까지 완료했는데 성장이 멈춘 배를 선별할 때면 마음이 미어지고, 관수로 수분을 보충하기에도 한계가 따른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김씨는 “이 달 말까지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올해 수확은 더욱더 어려워진다”며 “하루라도 빨리 비가 내리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