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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못틀어 있으나마나한 '노인 무더위 쉼터'
이피디
2013. 7. 17. 07:47
에어컨 못틀어 있으나마나한 '노인 무더위 쉼터' |
경로당 등 광주 614곳 월 5만원 보조금으론 전기료 턱없이 부족 |
입력시간 : 2013. 07.17.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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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광주 북구 중흥동 남성경로당.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이 곳에는 몇몇 노인들이 에어컨 대신 선풍기에 의지한채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전기료 걱정으로 이 노인당에서는 올 들어 단 한차례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다.
경로당을 찾은 김모(81)할머니는 "날씨가 무척 덥지만 빠듯한 경로당 운영비 탓에 에어컨을 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그나마 선풍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처럼 바람이 부는 날엔 양쪽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더위를 이긴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무더위 쉼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경로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는 7~8월 경로당 냉방기 가동을 위해 매달 5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기료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별도로 각 경로당에 매달 평균 24만원의 운영비가 지원되고 있지만 수도료, 가스비, 식료품비 등을 빼면 에어컨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노인들의 하소연이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일선 주민센터 역시 정부의 실내온도 규제로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휴식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에너지 사용 규제 적용대상으로 에어컨 적정온도 28도를 유지하다 보니 찾는 이들이 거의 없다.
주민자치센터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로 지정됐지만 에어컨 온도를 28도 이하로 낮출 수 없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아오는 노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노인들은 민원을 보는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 편하지 않고 별로 시원하지도 않다며 방문을 꺼린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구청 관계자는 "냉방기 가동을 위해 여름철 각 경로당에 지급하는 5만원의 보조금을 확대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주민센터 역시 무더위 쉼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휴식공간 확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
무더위 쉼터 광주지역에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9월 3개월간 지역 노인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 614개소가 지정, 운영되고 있다. 경로당, 주민자치센터, 은행, 보건소 등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장소가 무더위 쉼터로 선정됐다. 현재 동구 55개소, 서구 207개소, 남구 94개소, 북구 67개소, 광산 191개소가 운영 중으로, 하루 평균 2700여 명의 노인들이 이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