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1일 아침 산책길. 앞으로 정확히 7년 후를 상상해봅니다.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음만 먹으면 항상 편안하게 다니던 앞산, 뒷산에 갑자기 출입금지 푯말이 설치된다.
‘이곳은 사유지임으로 앞으로 출입을 금지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무시하고 계속 통행을 하자 이제는 철조망을 설치하여 출입을 금지시킨다.
이러한 상상은 앞으로 7년 후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동네 앞산·뒷산에서 벌어질 상황입니다.
국가라는 기관이 개인소유의 부동산(전·답·임야 등)을 공공의목적(공원·도로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도시계획시설이라는
이름하에 선을 그어 지정해놓고, 적게는 10년, 많게는 40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하였다.
20년 시간 줬지만 손놓은 지자체
당장 조성할 것 같이 공원으로 또는 도로 계획선으로 지정해놓고, 10~50년 가까이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하여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이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중 2000년 7월1일 이전에 결정·고시된 도시계획시설은 2000년 7월1일을 기산일로 하여 20년이 경과하는 종점,
즉 2020년 6월30일 저녁 12시에 자동 해제된다.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일몰제’다.
1990년대 후반, 국가기관으로부터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어 개인재산임에도 처분과 이용이 자유롭지 못함으로 인해
오랫동안 피해를 보고 있던 소유자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등을 많이 제기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소유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그러더라도 당장 모든 도시계획시설을 풀어버리면 안됨으로 국회에서 대책을 세우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2000년도 국회에서는 당시 도시계획법(현재는 폐지 및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대체)을 개정하여,
도시계획시설을 결정·고시해놓고 20년이 경과하면 자동실효되도록 했으면서도,
2000년 7월 1일 이전에 결정·고시된 도시계획시설은 2000년 7월1일을 기준으로 20년 후에 실효되도록 하였다.
그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을 새로 주었다. 그러나 그 20년 중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간만 보냈다.
20년간 도시계획시설 매입 계획을 세우고, 장기 예산 계획을 세워,
매입 및 조성을 해야했음에도 예산이 없다는 핑계 하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오늘까지 이르렀다.
지금도, 여전히, 예산이 없다고. 40년 넘게 피해를 보고있는 소유자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려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지방자치단체장들간에 ‘폭탄돌리기’만 하고 있다.
이제 모든 이러한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을 한 꺼번에 매입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정확한 추계가 어려운데, 전국적으로는 130조, 광주만 하더라도 6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산을 어떻게 2020년도에 한꺼번에 준비하겠는가.
장기미집행 소유자 고통 헤아려야
지난 5년간 광주의 대표 근린공원인 중앙공원(풍암호수가 있는 주변 녹지지대)을 대하는 광주광역시를 보면,
참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2009년 9월 제181회 서구의회 임시회에서 5분자유발언을 통하여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중 중앙공원(제목 : 중앙공원 사유지 토지 매수촉구)의 예를 들면서
년도별로 예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광주광역시에 촉구했고, 그 이후 여러차례 공식·비공식적으로 요구했음에도
광주시에서는 지금까지 여전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2009년 이후 해마다 평균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순수하게
공원부지 매입예산으로 별도로 수립해놓고 년 도 별로 추진계획 일정표를 갖고 있다.
시간은 째깍, 째깍 가고 있다.
앞으로 7년 후, 2020년 7월 1일 이후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40년 넘게 피해를 보고 있는 장기미집행시설부지 소유자들을 위해서도,
그 시설 부지를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서도 이제부터라도 매입 대책을 계획적으로 세워야 한다.
2020년까지 폭탄돌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류정수 <광주 서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