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의 집'건립 무산… 홍 변호사 가족들 울분
'민주의 집'건립 무산… 홍 변호사 가족들 울분 |
입력시간 : 2013. 06.20. 00:00 |
"정책이 그렇게 쉽게 변경되나"
"우리집을 사적화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 될 지도 모르겠고, '민주의 집' 사업계획도 느닷없이 변경돼 화도 나지만, 아버님 영전을 볼 면목도 사라졌어요. 그동안 괜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고인이 된 홍남순 변호사가 살던 광주 동구 궁동 한 주택.
현재 이곳에는 그의 넷째 아들 홍성욱(57)씨가 혼자 거주하고 있다. 집안에 들어가 보니 아직도 홍 변호사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그가 연구한 자료들은 사랑방 안 곳곳에 비치돼 있다.
이곳은 유신시대부터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까지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민주화를 열망한 열사들이 홍 변호사와 함께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토론했던 상징적인 장소다.
이 같은 이유로 5·18민주화운동 열사들은 이곳을 '민주의 집'으로 조성해 그 뜻과 정신을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의 건립계획이 변경되자 홍 변호사의 아들 홍영욱·성욱 씨는 시 예산과·5·18선양과·문화재청 등 곳곳에 문의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해당 구청에도 알아봤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홍남순 변호사 주택 사적화 예산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구청 관계자 역시 "무슨 예산 책정이냐"며 사적화 자체조차 모르고 있었다.
홍영욱씨는 "한번 책정된 매입계획이 어떻게 그리 쉽게 변경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해냈다.
한편 홍남순 변호사는 군사정권 시절에 긴급조치법 위반 사건의 변론과 양심수들을 위한 무료 변론을 맡는 등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꼽힌다. 5·18민주화운동 때는 시민학살에 항의하는 뜻으로 행진을 펼치다 내란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년 7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고인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과 5·18명예회복에 주력했으며 이 같은 공로로 1985년 가톨릭 인권상과 1986년 대한변호사회 인권상,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그는 2001년 11월 뇌출혈로 쓰러진 지 5년 만인 2006년 10월 14일 별세했다.
당시 홍남순 변호사의 빈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일생동안 원칙을 갖고 양심을 지키면서 올곧게 살아오신 분. 우리나라 인권신장과 민주주의 진전에 기여해 오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건우기자
박건우기자 zmd@chol.com 박건우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故홍남순 변호사 자택 '민주의 집' 건립 무산 '왜' |
입력시간 : 2013. 06.20.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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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집' 부지 매입 검토 사업계획 변경
재단 측, 주차 등 비좁은 면적·리모델링비 이유
민주인사들 "상징적 공간…장소변경 가치 망각"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이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한국의 대표적 인권변호사 故 홍남순 변호사의 정신을 기려 그의 자택에 건립할 예정이었던 '민주의 집' 사업계획을 돌연 변경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민주 인사들은 '특정 인사의 입김설'을 제기하는 등 의혹을 제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광주시와 5·18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시와 5·18기념재단은 지난 2011년부터 지역 원로 민주인사들을 위한 사랑방을 마련할 목적으로 광주 동구 궁동 故 홍남순 변호사 자택(119.008m²·36평 규모)을 3억원에 매입, '민주의 집' 건립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21일 5·18재단 측과 5·18민주원로들이 모여 간담회를 가진 이후 돌연 그 계획이 무산됐다.
대신 '민주의 집'은 광주 동구 동명동 '오월어머니집' 부지를 매입하는 쪽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재단 측은 홍 변호사 자택 면적이 비좁고 사업을 진행하려면 리모델링비·증개축비나 주차장 확보 등 사업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라고 계획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오월어머니집은 오는 11월 광주 남구 양림동으로 이전하기 위해 현 부지를 부동산에 내놓은 상태다.
재단 측은 "오월어머니집은 약 165.289㎡(50평)규모로 현재 2층 건물로 지어졌으며 홍 변호사 자택에 비하면 따로 리모델링을 하거나 주차장 확보에 따른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갑작스런 사업계획 변경에 일부 5월 단체 인사들은 '특정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인사는 "궁동 15-1번지에 '민주의 집'을 건립하는 것은 유신시대와 5·18을 전후로 민주화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했던 광주의 의인 홍 변호사의 고귀한 뜻을 기념하기 위한 상징적인 일이다"며 "5·18재단과 민주원로들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해 사업계획이 변경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사도 "재단 이사장이 교체되면서 계획이 변경되고, 상징적 의미를 따질 때 장소 변경은 사업추진 목적과 의의에도 맞지 않다. 더욱이 숙식공간이 아닌 사랑방 역할인데 주차장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며 "대의적으로 볼 때 꼭 추진해야 될 일인데도 돈 몇푼 더 들어간다고 그 역사적 가치를 망각한 건 아닌 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5·18재단 송선태 상임이사는 "당초 홍 변호사 자택을 '민주의 집'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수차례 이어졌지만 비좁은 장소 등 사업계획 변경이 불가피했다"며 "민주원로들과 논의한 결과 이곳을 '민주의 집'으로 활용하는 대신 시에 사적화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광주시 인권담당관실 관계자는 "홍 변호사 자택 매입이 이뤄지지 못하게 됐지만 5·18재단과 민주원로들이 논의해 결정한 것인 만큼 시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원로들은 조철현(천주교원로신부)·이기홍(5·18 당시 구속변호사)·이귀님(윤영규 씨 부인)·강신석(목사)·이홍길(전 민주화운동동지회 상임대표)·윤광장(5·18재단 전 이사장)·이명환(민예총 광주지회장)·임추섭(광주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박행삼(민주원로)·문병란(시인)·노희관(전 전남대교수)·오재일(5·18재단 이사장) 씨 등으로 알려졌다. 박건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