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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이야 …” 54년 된 마을도로 파헤쳐

이피디 2016. 8. 8. 08:24
장흥읍 월평마을 도로 중장비로 훼손 171세대 통행 불편
주인 “재산권 행사” vs 주민·군청 “통행권 침해” 다툼 예고

2016년 08월 08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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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장흥읍 향양리 월평마을 안길 도로가 파헤쳐진채 10여일째 방치돼 마을 주민들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장흥군 한 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이용해온 마을도로 50여m가 일순간에 끊기는 일이 발생했다. 마을도로 소유자가 수십 년 만에 소유권을 주장하며 주민들이 통행할 수 없도록 중장비를 동원해 도로 포장을 걷어내는 등 훼손했기 때문이다.

소유자는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고 주장하는 반면 마을 주민과 장흥군은 주민들의 통행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법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7일 장흥군과 월평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윤모(65)씨가 중장비를 동원해 장흥군 장흥읍 향양리 월평마을 안길 도로(길이 50m, 폭 3m)의 아스콘 포장을 파헤쳤다.

윤씨의 이 같은 조치로 도로 밑에 있는 하수도와 철근이 드러나고 포장돼 있던 아스콘 덩어리들이 나뒹굴면서 차량과 농기계의 통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주민들은 훼손된 도로 옆에 남은 1m도 안 되는 도로로 통행하고 있으며, 1가구는 입·출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월평마을에는 지난 6월 말 현재 171세대 360명이 거주하고 있다.

문제가 된 부지는 향양리 254-6번지와 254-8번지로 각각 1962년과 1974년 답(畓·논)에서 도로로 지목이 변경됐다. 전 소유자인 윤씨 부친은 농어촌공사 측과 맞교환 임대하는 방식으로 해당 부지를 하수도와 도로로 활용하도록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흥군 관계자는 “윤씨 부친의 승낙으로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만든 일명 ‘새마을 도로’”라며 “지난 2008년에는 하수도 개보수 사업을 했고, 2014년에는 도로 포장도 새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지난 2008년 해당 부지를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이후 소유자의 승낙 없이 사유지에 공사를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장흥군과 마을에 민원을 제기했다.

윤씨는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고, 장흥군으로부터 사용료를 받은 적도, 사용승낙서를 써준 적도 없다”며 “2008년과 2014년 공사를 하면서도 허락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흥군과 마을주민들은 공익재산 훼손과 통행금지 불편 등으로 윤씨를 고발하는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윤씨 부친이 농어촌공사 측과 맞교환 임대방식으로 토지를 교환한 이후 현재 마을도로 부지 외에 대체 부지를 윤씨가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 장흥군이 그동안 보상협의 절차를 밟지 않은 점 등은 법적 다툼의 소지로 남아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해당 부지를 구입할 의사도 있다”며 “포장을 훼손한 것은 공익재산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평마을 이장은 “주민들이 수십 년간 이용해온 도로를 일순간에 훼손한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맞는 것이냐”며 “교통방해죄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서는 개인 소유의 토지라고 할지라도 통행도로 용도로 사용된 지 20년이 지나면 이용자에게 지역권을 보장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20년 이상 되면 관습법상 도로로 인정해주는 상황”이라며 “또 갑작스런 소유권 주장으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하면 도로교통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