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옥동 ‘연화정’ 대구뽈탕

이피디 2015. 6. 27. 23:18

광산구 옥동 ‘연화정’ 대구뽈탕
전날 술자리를 ‘완성’하는 해장국
이정우 
기사 게재일 : 2014-11-21 06:00:00
 

 

 술자리의 마침표는 택시를 잡아타는 게 아니다. 대리운전을 부르는 것도 아니다. 오늘의 술자리가 다음날의 숙취로까지 이어진다는 걸 감안하면, 택시나 대리운전은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전날의 숙취를 달래고 잠재움으로써 마침내 술자리는 마침표를 찍는다. 다시 말해 완성된다.

 그러니까 술자리 마침표, 곧 완성은 다음날 먹는 해장국이다. 해장국을 마시거나 삼키면서 전날의 술자리를 복기한다. 선행도 있었고 만행도 있었다. 선행과 만행을 구분할 수 없는 국적불명의 주사를 떠올리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아예 기억이 없어 떠올리지도 못하고 다짐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저 조용히 국물을 뜬다.

 내로라하는 술꾼들은 모두 자기만의 해장국집이 있다. 동태이거나 생태, 혹은 황태, 또는 콩나물, 경우에 따라 복어 등등. 대게 술꾼들은 해장국 앞에서 경건하다. 어제 먹은 술을 다스리고, 오늘 마실 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음식이라기보다는 치료약에 가까운 게 해장국이다. 술꾼들은 해장국을 복용한다.

 술꾼들이 선호하는 해장국 중 하나가 대구뽈탕이다. 대구탕과는 조금 다르다. ‘뽈탕’은 특별히 대구 머리를 쓴다. ‘볼’이 경음화해서 ‘뽈’이 되었다. 대구뽈탕을 풀어 쓰면 대구볼테기탕이 된다. 볼을 포함해 대구머리 전체에는 교질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교질은 연골의 주성분이다. 한방계통에서는 대구뽈탕을 해장기능뿐만 아니라 보양식으로도 좋다고 설명한다. 교질이 풍부해서다. 술꾼들이 살 중심의 대구탕보다는 교질 위주의 대구뽈탕을 높이 치는 이유다.

 푸른빛 미나리 아래 대구, 그 아래 숨은 듯 잠겨 있는 콩나물. 사이사이에 찰랑거리는 맑은 육수. 광산구 평동로 800번길 ‘연화정’의 대구뽈탕이다. 미나리도, 대구도, 콩나물도,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육수까지 모두 푸짐하다. 2인분을 시키면 “4인분을 잘못 내온 것 아니냐?”고 묻게 된다. 가격은 8000원. 한가한 시간에는 1인분도 가능하나 점심, 저녁 시간에 맞춰 오면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을 받는다.

 국물은 얼큰하고 시원하다. 맵다는 느낌을 주기 직전까지 끌어 올린 얼큰한 맛이다. 덥석 삼켰다가는 밥상머리 앞에서 큰 기침을 하는 수가 있다. 조심해야 한다. 백화점 식당코너나 평범한 해장국집에서 내 놓은 것에 비해 아주 맑다는 것이 연화정 대구뽈탕 국물의 특징이다. 맑으면 깊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맛 또한 깊다. 미나리는 싱싱하다. 광산구 평동 인근은 미나리꽝이 많다. 거기서 바로 건져온 미나리다. 국물에 데쳐 초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이 향긋해진다. 미나리와 육수는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숟가락 젓가락질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자칫 바닥에 깔린 콩나물을 놓치는 수가 있다. 짚더미를 두툼하게 깔아 놓은 것처럼 콩나물이 잠겨 있다.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뱃속 다 채우고 나서 콩나물을 발견하면 많이 아쉽다.

 밑반찬 가짓수는 많지 않다. 아쉬울 건 전혀 없다. 갓김치, 배추김치, 파김치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양념이 진하면서도 뒷맛은 개운하다. 갓김치는 익은 게 나오고, 배추와 파김치는 늘 새로 버무려 상 위에 오른다. 늘 새로 담가야 해서, 가는 날에 따라 간혹 파김치가 빠질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파김치 맛보는 건 운에 맡겨야 한다.

 행여 술꾼들이 술자리를 완성시키려고 연화정을 찾는다면, 그 완성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경고해두고 싶다. 얼큰시원푸짐한 대구뽈탕 상차림을 놓고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병’ 시키는 걸 참는 게 영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참는다면 전날의 술자리는 연화정에 이르러 가장 높은 수준으로 완성된다.

전화: 062-943-6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