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장애가 있는 김순자 씨는 가끔 장애인복지관에 나갈 때 말곤, 대부분 집에 머문다. 중학생 딸은 거의 밤이 다 돼서야 학교서 돌아오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적적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친구가 하나 생겼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산책도 같이 나가고, 재밌게 논다. 친구의 이름은 ‘뭉뭉이’다.
아직 어린 강아지 ‘뭉뭉이’는 버려졌었다. 뭉뭉이는 지난 여름 서구 매월동에서 발견됐다. 동물보호소로 옮겨진 뭉뭉이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될 수도 있었다. 낯설고 불안한 동물보호소에서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기약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뭉뭉이에겐 새 주인이 생겼다. 새 주인 김순자 씨는 ‘뭉뭉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밥도 주고, 보살펴 준다.
“뭉뭉이도 제일 처음에 우리집 왔을 땐 정말 우울해 했어요. 한 이틀은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요즘엔 아주 밝아졌어요. 뭐 하는 일마다 상관하고 돌아댕겨. 다행이다 싶지.”
김순자 씨의 보살핌 덕분에 뭉뭉이는 밝아졌다. 김 씨 역시 뭉뭉이가 오고 나서 더 밝아졌다.
손목 절단 장애가 있는 김성원 씨도 얼마 전 ‘호동이’를 입양했다. 장애로 일을 할 수 없는 김성원 씨도 하루 종일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적적했다. 그러던 중 호동이와 인연이 닿았다. 호동이도 버려진 유기견이었다. 호동이는 지난 봄, 남구 방림동에서 발견됐다.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호동이 역시 안락사 될 뻔할 처지였다. 지금은 김성원 씨가 잘 보살펴준다. 얼마 전엔 외로울까봐 친구 ‘호순이’도 데려왔다. “내가 활발해졌지.” 성원 씨는 호동이, 호순이 때문에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고 했다.
김순자 씨와 김성원 씨가 뭉뭉이와 호순이를 만날 수 있었던 건,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기동물을 활용한 소외계층 정서안정 사업’의 역할이 컸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연구부가 주관하고 광주동물보호소와 광산구장애인복지관 등 복지관의 협조로 진행된 이 사업은 동물보호소에서 관리·보호하고 있는 유기동물 중 주인을 찾지 못한 동물들을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 가정 등에 무료로 분양해주고, 동물을 키우는 데 드는 사료와 각종 부대 재료를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지난해부터 진행돼오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12가정에 유기동물이 분양됐다.
유기 동물을 분양받은 이들의 호응이 좋다. 특히 정서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순자 씨나 김성원 씨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드니까 눈도 침침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그랬는데, 그래도 뭉뭉이한테 말도 하고 정서적으로 좋아요. 산책 나가면 사람들이 강아지 예쁘다고 말도 걸고,”
순자 씨의 말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보살핀다는 보람도 크다고 했다. “나만 바라보니까. 내가 잘 해줘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
“혼자 있으면 뭐 할 게 있나.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 거지. 근데 저녀석이 오니까 산책도 같이 하고 운동도 같이 하고 내가 활발해졌지. 저 애 데리고 다니면 적적할 일이 없어. 제일 좋은 친구지.”
성원 씨도 호동이를 분양받은 이후 정서적으로 크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주위에 나 같은 이유로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렇지만 다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선뜻 키우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사업이 참 좋은 사업인 것 같아요. 버려진 동물들도 새로 주인을 만나고, 키우는 사람도 정서적으로 좋고.”
광산구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우울증 등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많은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면서 “이후 복지관 자체적으로 유기견을 장애인반려견으로 이용하는 사업을 구상하던 차에 보건환경연구원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하는 유기견과 유기 고양이는 2010년 1691마리, 2011년 1842마리, 2012년 2140, 2013년 2715마리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유기동물들은 20일 동안 주인이 찾아가지 않을 경우 안락사에 처해질 확률이 크다. 2013년의 경우 11%가 주인을 찾았고, 35%가 입양됐으며, 27%는 안락사됐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연구부 최종욱 수의사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통해 삶의 위안과 희망을 얻을 수가 있고 유기동물 또한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