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소식

침수대책 미흡 … 또 물난리” 분통

이피디 2014. 8. 4. 07:04
“침수대책 미흡 … 또 물난리” 분통
10가구 피해 … 안방까지 잠겨
“예방공사 좀 서둘렀다면…”
“보성강 둑높이기 탓” 지적도

2014년 08월 04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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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호 태풍 ‘나크리’(NAKRI)가 광주·전남지역을 휩쓸고 간 3일 보성군 겸백면 도암마을에 사는 정순식(81)씨의 집에서 아들(53)이 가재도구 등을 마당으로 빼낸 뒤 집안방에 가득 찬 흙탕물을 제거하고 있다. /보성=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태풍 ‘나크리’가 사흘 동안 377.5㎜의 물폭탄을 쏟아부으면서 침수 피해를 입은 보성군 겸백면 주민들은 당국의 미흡한 침수 대책으로 지난해에 이어 또 물난리를 겪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3일 찾은 보성군 겸백면 도암마을의 경우 지난 1일부터 사흘 간 내린 비로, 주택 10채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마을 골목에는 물에 잠겨 못 쓰게 된 냉장고, 매트리스, 가재도구 등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아직 물기가 흥건한 방 바닥을 닦아내는 주민 20여명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졌다.

해당 지역은 매년 침수 피해가 끊이질 않았던 곳으로 전남도와 보성군은 ‘수해 상습지’로 지정하고 지난 2011년부터 올해 10월 말 완공을 목표로 138억원을 들여 인근 보성강 제방을 높이고 폭을 넓히는 등 침수 피해 개선 공사를 진행중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은 침수를 막겠다며 추진한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탓에“재해 예방 공사라면 조금 더 서둘렀으면 피해가 없었을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순식(81)씨는 “아들이 수년 전부터 이사 가자고 했는데, 150년 전부터 살아 온 집이라 참고 살았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정씨의 집보다 1.5m 가량 저지대에 있는 정진래(84)씨는 간 밤에 1.5m 높이까지 차오른 물을 피해 황급히 대피했었다. 대문 앞에 쌓아둔 40㎏짜리 소금 20가마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정씨는 “해마다 침수피해를 입긴 했어도 이번처럼 집 안방까지 물이 찬 적은 32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자치단체 등이 마을 일대를 ‘수해상습지’로 지정하고도 정작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한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데다, 인근 저수지 수문을 개방하는 등 배수 대책도 소홀히 해 화를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도가 매년 끊이질 않는 하천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마을에서 20∼30m 떨어진 지역에 추진해온 보성강 1723m 구간(겸백면 도안리∼남양리, 보성읍 대야리)에 대한 둑 높이기(7m→9.5m)와 폭 넓히기(90m→120m) 공사가 오히려 침수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마을을 지나는 하천이 보성강과 합류하는데, 보성강 인근에 추진 중인 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가 미완료돼 배수펌프 설치가 늦어져 하천이 역류, 침수피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정병진(58) 도암마을 이장은 “현재 침수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다”며 “둑이 높아진 뒤 침수피해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