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국 교육감, 광주 자사고 '조건부 승인' 방침
장휘국 교육감, 광주 자사고 '조건부 승인' 방침 |
송원고, '수용이냐, 불복이냐' 기로 오늘 학교측에 최종 통보 예정…결정 주목 |
입력시간 : 2014. 07.29. 00:00 |
시교육청 안
내신 30% 성적제한 폐지
추첨방식 학생 선발 고수
받기 힘든 조건 걸어 승인
송원고 시각
"학교측에 책임 떠넘기기"
'교육청 꼼수' 비난 목소리
학생·학부모만 피해 우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인 송원고에 대한 조건부 연장 방침을 사실상 굳힘에 따라 이제 '공'은 송원고로 넘어가게 됐다.
'조건부 연장을 수용하느냐' '자사고를 포기하느냐'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것이다.
'자사고 폐지'로 정면승부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달리 형식적으로는 지정 연장을 승인했지만 사실상 자사고 정책에 제동을 건 장휘국 교육감의 결정은 학교측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자사고 권한은 대폭 축소시키는데 반해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절차상 문제와 학교측의 반발을 모두 피해가는 '꼼수'로 자사고를 무력화 시키는 실익을 톡톡히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 자사고 조건부 승인 오늘 통보
장 교육감은 28일 관련 부서로부터 자율학교 지정·운영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송원고에 대한 자사고 5년 연장안을 조건부 승인한 위원회 결정사항을 사실상 수용키로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육감의 결재를 거쳐 조건부 승인안을 담은 '송원고 자율형 사립고 연장운영 결정'을 29일께 학교측에 통보할 방침이다.
연장의 전제조건은 ▲재단 전입금 대폭 확충과 2년 후 재평가 ▲'중학교 내신 상위 30%'로 제한된 선발기준 폐지 및 추첨 방식 학생 선발 ▲기초교과(국·영·수) 이수단위 비율 축소 ▲향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시 정책지표 추가 ▲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 낮추기 등 다섯가지다.
학교측에 자사고 재지정이 통보되면 시교육청은 비록 조건부지만 지정 연장을 결정하고 통보했기 때문에 행정적인 절차에서 자유로워진다.
다만 학교측이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요청'을 하면 일반고로 전환, 내년도 신입생부터 학생을 배정받게 된다.
송원고가 자사고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되면 시교육청은 학교법인과 학부모 반발 등의 후유증은 물론 연간 32억원 정도의 예산이 뒷받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적 제한 범위와 추첨 선발을 놓고 송원고와 시교육청간에 이견 조율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시교육청은 "원안대로 가겠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 송원고-시교육청, 또 소송전 가나
송원고는 시교육청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승인 조건으로 내세운 다섯가지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입생 전형 중 현행 상위 30% 이내에서 성적 제한을 아예 없애도록 한 것이다.
당초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은 송원고측은 학생선발 기준을 상위 30%에서 50%로 완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지만 시교육청이 아예 성적제한 철폐를 내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사고 신입생 전형방식을 완전 개방해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는 것은 그동안 교육부의 영재학생 양성이라는 자사고 설립취지에도 맞지 않고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반고에 비해 비용부담이 큰 자사고를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 전입금 확충이나 기초교과 이수 비율 등 나머지 조건들은 시교육청 방침에 따라 2년 후 재평가 기간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하지만 내년도 자사고 신입생 모집요강 공고일이 8월14일인 만큼 다음달 13일, 즉 앞으로 17일 안에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측이 시교육청 안을 수용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에 대해 학교법인 관계자는 "말이 승인이지 사실상 자사고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라며 "시교육청의 공문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법적소송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 제2의 보문고 사태 우려
송원고가 시교육청의 안을 받아들여 성적 제한을 폐지하고 추첨 선발할 경우 '제2의 보문고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12년 학생 미달 사태를 겪은 보문고가 자사고를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하자 270명이 다른 학교로 빠져나가는 대규모 전학 사태가 발생했고 뒤늦게 시교육청으로부터 학생을 배정받는 파동을 겪으며 학교 현장에서 큰 혼란을 초래한바 있다.
학생 미달 사태로 자사고를 반납한 보문고와 성적 제한 철폐시 학생 미달 사태를 우려하는 송원고의 상황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일반고와 별반 차이도 없이 비용 부담만 큰 자사고를 선택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송원고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신입생 전형방식을 따르면 단 5%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나머지 미달된 95%의 학생이 내야 할 운영비를 시교육청이 지원해 준다면 생각해 볼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숭덕고 모집요강 수정안 제출 압박
송원고가 시교육청의 안을 받아들여 성적 제한을 폐지할 경우 또다른 자사고인 숭덕고의 피해도 우려된다.
숭덕고는 내년에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지만 같은 지역내에 있는 자사고에 서로 다른 신입생 모집요강을 운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자사고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숭덕고는 올해 모집요강을 '전면 자기주도'로 시교육청에 제출했지만 지속적인 수정안 제출을 압박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같은 지역내 자사고라도 모집요강을 다르게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송원고의 대응에 따라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송원고 자사고 재지정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광주 자사고 사태는 내년도 자사고 신입생 모집요강 공고일인 오는 8월14일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