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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보건소직원들 ‘안전점검 업무’ 기피 확산

이피디 2014. 7. 15. 07:00

점검? 나도 장성 꼴 나게 하려구요?”
●집중점검…장성효사랑병원 화재 후폭풍

일선 보건소직원들 ‘안전점검 업무’ 기피 확산
“전문성도 없는데…운 나쁘면 다 뒤집어 쓴다”


입력날짜 : 2014. 07.14. 20:45

 

지난 5월28일 화재가 발생한 장성 요양병원의 5월 안전점검표(좌)와 지난 1일 새롭게 하달된 안전점검표(우). 5월에 하달된 지침에는 소방시설 등의 ‘여부’에 대한 점검결과와 조치사항만 있으나 바뀐 안전점검표에는 ‘개수, 장소, 작동여부’와 더불어 ‘적합/부적합’, ‘조치 및 특이사항’까지 보다 세부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안전점검이요? 장성 꼴 나면 책임 지실거에요?”

지난 5월28일 장성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지역 병원 안전점검에 빨간 불이 켜졌다. 현장을 돌아보며 점검을 해야할 일선 공무원, 그것도 보건소 공무원들이 일선 현장의 안전점검을 격하게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14일자 6면 참조>

이같은 현상은 기존 업무 외에 안전점검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과중한 격무와 함께 만에 하나 사고가 터졌을 경우 모든 것을 다 뒤집어 써야 한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데서다.

이는 곧 일선 현장 공무원들이 정부의 조치에 대해 크게 불안해하며 강한 불만을 갖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그 만큼 현 국가 안전시스템이 허술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의 안전점검을 살펴보면 현 우리나라의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 알 수 있다.

먼저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 4월 말 보건복지부는 사회 각층에서 안전점검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각 분야별로 대대적인 실태점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5월1일 전국의 각 일선 보건소에 자체안전점검 지시가 내려졌고, 같은달 21일부터 일선 보건소는 사전점검에 나섰다. 점검기간 일수는 불과 9일이었다.

여기에 점검 내용을 뒤져보면 더욱 가관이다.

일선에서 실시한 사전점검 대부분이 소방안전 시설과 관련된 내용들로 전문가가 점검해야만 안전 유무를 알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전문가인 보건소 직원들에게 점검하도록 지시 한 것이다.

결국 비전문가들이 현장을 점검한 탓에 부실점검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그 대가는 28명의 사상자라는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더욱 모순된 사실은 보건복지부조차 이같은 부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 발생 후 복지부는 허겁지겁 지난 1일자로 전국 요양병원 사전점검을 재실시 할 것을 일선 지자체에 하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점검에는 소방분야, 보건분야, 건축분야, 전기분야 등 세부적으로 점검 범위를 구분하고 안전점검표도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를 놓고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점검을 지난 5월에만 실시했어도 장성의 화재는 예방할 수도 있었으며, 국가의 부실 공문 하나를 믿고 현장 점검을 했던 일선 공무원 2명이 엄청난 비극의 책임자로 지목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 바뀐 점검 내용에도 불구하고 일선 보건소 직원들은 말 그대로 몸 사리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전남 지역 한 보건소 직원은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마치 보건소 직원이 일을 안해 발생한 것처럼 비판이 쏟아졌다”며 “이것은 학교에서 화재가 났는데 양호선생님이 화재점검을 안했기에 난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일선 보건소의 한 공무원이 경찰조사를 받고 난 후 메모한 노트에는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나 주변의 지인, 가족, 동료공무원들에게 큰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비춰져 말할수 없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며 “살고 싶지 않은 마음 뿐이다”고 적혀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