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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도 웃는 ‘감정노동’ 콜센터 상담원

이피디 2014. 7. 1. 06:50

슬퍼도 웃는 ‘감정노동’ 콜센터 상담원

광주지역 女노동자 32명 중 1명꼴 근무
근로자 중 80% 이상 욕설 등 폭언 피해

안세훈 기자  |  ash@namdonews.com

승인 2014.06.30  19:35:49
광주지역 한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는 김모(32·여)씨는 최근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 남성 고객이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자동차가 고장이 자주 난다는 이유로 심한 욕설과 함께 김씨의 부모까지 거론하며 모욕적인 언행을 되풀이했다.

김씨는 고객에게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지만 남성 고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욕설과 폭언은 지속됐다.

한 카드회사 콜센터 상담원인 최모(28·여)씨 역시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한 고객이 상담 중 계속된 성적인 농담을 해 “전화를 끊는다”고 말하자 "상담원이 전화를 먼저 끊는다"며 금융감독원 게시판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악성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소화불량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객센터를 적극 유치한 결과, 여성 노동자 32명 중 1명이 ‘감정 노동’으로 속하는 콜센터 상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콜센터 상담원 중 욕설과 폭언, 성희롱 등의 피해를 당한 경험이 많아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역에는 45개 회사가 63곳의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여성 상담원은 8천500여명으로 광주시의 올해 목표인 1천500여명이 추가되면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내 여성경제활동인구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32만명으로 나타나 여성노동자 32명 중 1명은 고객센터 상담원이다.

일각에서는 지역내 다수의 여성 노동자가 감정 노동자인 콜센터 상담원이지만, ‘고객이 왕이다’는 서비스업의 통상적인 고객중심주의가 콜센터 상담원들의 희생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 등이 지난해 콜센터 직원과 백화점 판매원 등 감정노동직군 2천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고객으로부터 욕설 등 폭언을 들은 경험에 대해 81.1%가 있다고 답했고 월평균 피해횟수는 7.7회로 조사됐다. 

고객에게 폭행을 당한 경우도 11.8%가 있었으며 월평균 피해횟수는 2회에 달했다.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이나 신제접촉을 당한 근로자도 29.5%가 있었고, 피해횟수도 월평균 4회나 됐다. 

콜센터 상담원의 피해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감정노동자를 위한 현실적인 치유 대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콜센터 상담원 박모(29·여)씨는 “고객에게 욕설 등 폭언을 들었을 때 짧은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며 “회사 등에서도 상담원들을 위한 체계적인 스트레스 치유 프로그램은 없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상담원 정모(31·여)씨는“회사뿐만 아니라 시에서도 상담원들을 위해 현실적인 프로그램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세훈 수습기자 as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