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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없다면 바다는 누가 지킵니까”

이피디 2014. 5. 26. 06:48
“해경이 없다면 바다는 누가 지킵니까”
해경 해체 소식에 목포지역 유자망 어민들 긴 한숨
서해상 중국 어선 ‘싹쓸이 조업’ 눈뜨고 봐야 할 판

2014년 05월 26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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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없는 바다라니요, 그럼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은 누가 나포한단 말입니까.”

 


해양경찰청 해체 소식을 담은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가 나온지 일주일이 지난 25일 목포지역 근해유자망협회 소속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의 횡포를 전혀 모르는 조치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연초부터 홍도, 가거도 등 흑산도 일대에서 유자망 어선을 이용해 참조기를 잡아올리는 이들 어민들은 참조기 산란기로 인한 금어기(5월1일∼8월10일)를 제외하고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넘어선 불법조업 중국어선으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현장에 해경 함정과 인력이 총동원돼 있기 때문에 중국어선이 보란듯이 우리 영해를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해도 전혀 단속을 못하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부터 지난 23일까지 불법 조업중이던 중국어선을 나포한 건수는 단 1척 뿐이다.지난해 같은 기간 나포 건수 27척과 비교해 보면 우리 영해 수호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참조기 산란기를 맞아 우리측 유자망어선 조업금지 기간(8월10일까지)에 접어들었지만, 중국 어선들은 다음달 1일 정오까지 조업이 허가돼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인 흑산면 가거도와 홍도 연안까지 나타나 산란기에 접어든 조기를 싹쓸이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민들에 따르면,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은 그물코가 좁아 크기와 종류에 관계없이 물고기를 거둬 올리고, 조업 기간에는 우리 어선들이 설치한 그물까지 마구잡이로 가로채가고 있다. 특히 중국 어선들은 총칼을 휴대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불법 조업에 나서고 있어, 이를 단속하는 해경까지도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그 수법이 날로 흉폭해져 어민들은 감히 대항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어민들은 해경이 바다를 지키고 있어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없이 해경 해체 결정은 너무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는, 오는 6월까지 해경을 해체하고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각각 이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양 경비를 맡는 국가안전처는 수사권이 없어 불법 조업중인 중국 어선들에 대해 나포, 수사 등 효과적 단속이 어렵고, 분산 된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기까지는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수적이라는 게 해양 전문가들과 어민들의 판단이다.

근해유자망협회 이지배(56·목포시) 목포 지회장은 “수사와 경비 업무가 일원화된 상황에서 무기를 소지한 해경도 흉포화된 불법 중국 어선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갑자기 해경을 해체하고 권한마저 이리저리 찢어버린다면 서해 바다는 불법 중국 어선들의 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