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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보다 더 가슴 아픈것은 진실 왜곡”

이피디 2014. 5. 12. 06:46
“비극보다 더 가슴 아픈것은 진실 왜곡”
서른 네번째 생일 맞는 ‘5·18둥이’가 본 5·18은
故 김재평씨 딸 김소형씨 “아빠 죽음 헛되지 않았으면”
고흥 하미선씨 “급박한 상황 … 탯줄도 아버지가 잘라”

2014년 05월 12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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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민주화를 부르짖다 쓰러져간 그날, 계엄군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총탄세례를 받던 순간, 아기 울음소리는 터져 나왔다.

광주지역 ‘5·18 둥이’는 모두 67명(남성 32명·여성 35명). 이들은 생일이기도 한 5·18을 서른네 번씩 거치며 이제는 어엿한 한집안의 아빠·엄마가 됐다. ‘5·18 둥이’들이 태어난 곳은 대부분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 안방이다.

이들의 부모는 계엄군의 총탄과 무차별한 폭력에 희생된 사상자들로 가득한 병원에서 감히 출산할 엄두를 못 냈다. 태어난 순간부터 불운한 세상과 맞닥뜨린 이들이 성장하면서 5월의 의미가 무엇인지, 민주·평화가 진정 무엇인지 아는 나이가 됐다.

고(故) 김재평씨의 딸 김소형(34)씨는 지난 1980년 5월 18일 태어났다.

고인이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지기 나흘 전 태어난 김씨는 5월이 돌아오면 아버지 생각이 절로 난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의 생일날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는다.

생전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다. 김씨는 현재 웨딩 플래너로 일하면서 (사)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월 청년부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때문에 5·18 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안다. 특히 5·18이 일부 세력에 의해 왜곡되고 폄훼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5·18 기념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제창을 불허하고 있다. 아버지의 희생이 헛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민군이 고흥군 대서면 지서의 무기를 탈취한 시각인 새벽 5시, 시민군 후송차량이 집앞을 지나는 급박한 상황에서 태어난 하미선(여·34)씨. 하씨의 아버지는 산모와 새 생명이 다칠까봐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받아냈다. 탯줄도 아버지가 직접 잘라냈다고 한다.

하씨는 5월이 오면 부모와 함께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 5월 영령들의 넋을 위로한다고 했다.

최여정(여·34)씨도 해마다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는다. 광주에서 5월 18일날 태어났기 때문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광주의 비극을 보면서 태어난 최씨. 하지만, 그녀는 그날의 비극보다 더 가슴아픈건 5·18 진실이 왜곡되고 부정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5·18은 이들에게 자신의 생일날 광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일찍이 깨닫게 해줬으며 5·18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