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조차 못보고 농사 접을판” |
입력시간 : 2013. 07.08. 00:00 |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안돼 피해보상만 기대
현장르포-‘물폭탄’ 맞은 담양 멜론농가 가보니
“멜론 수정시기에는 암술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한 동안 물없이 길러야 하는데 이번 비로 하우스가 침수되면서 농사를 아예 망쳐 버렸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6일 오후 3시께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 유인화씨(54·여)의 멜론하우스 농가. 이 날 찾은 유씨의 0.3ha 규모 멜론하우스 3개동 바닥은 아직 물이 빠지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쏟아 부은 게릴라성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담양에는 이 기간동안 285.5㎜의 강한 비가 내려 인근 농경지 농로에 차 오른 빗물이 유씨의 멜론하우스까지 뒤덮었다. 이로 인해 멜론뿌리를 감싸던 20㎝가량 높이의 흙둑까지 잠기게 됐다.
비가 그친 5일 오후부터 하우스에 양수기와 수중모터를 설치해 물 빼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미 뿌리까지 파고든 물을 빼내기는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유씨는 “많은 물이 뿌리까지 스며들면 적어도 일주일가량 머금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뿌리는 썩어 버린다. 게다가 한창 수정해야 할 암술에 물이 들어가 무름병에 걸려 멜론이 자라면서 물러 터져버린다”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유씨는 이어 “수십 년간 농사를 지으며 이런 황당한 경험은 처음 겪어 보는 일이다”면서 “앞으로 한 달 후면 멜론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열매가 열린 것 조차 보지 못하고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유씨가 경작하는 하우스는 매년 8월 멜론을 수확한 후 9월 딸기 농작에 들어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 당장 멜론을 처음부터 다시 심어 농사를 시작할 수도 없는 상황.
유씨는 “올 여름에는 뭐 먹고 살지 앞이 캄캄하다”면서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 멜론을 출하해 1,5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유씨는 올해의 경우 8월 출하를 기대하면서 다른 농가보다 재배를 조금 늦게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집중호우로 열매가 열리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 4,600주를 갈아엎어야 할 입장이다. 한 순간의 꿈과 희망이 악몽으로 뒤바뀐 순간이다.
비 피해에 이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씨의 하우스가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담양군의 피해보상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유씨는 “군청에서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내 땀과 시간을 모두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이다”면서 “애지중지 공들여 키웠는데 주렁주렁 열린 멜론을 보지 못하면 아쉬울 것 같아 2% 희망을 갖고 한 달 동안 지켜보겠지만 멜론을 수확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체념했다.
이나라 기자 이나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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