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주,전남 지역소식

투쟁사, 우치동물원 막을 수 있었던 죽음들

 

투쟁사, 우치동물원 막을 수 있었던 죽음들
2015년 8마리 2016년 6마리, 올해 6월까지 6마리
사자 등 ‘상징 동물’ 폐사 “관리소홀·비전문성 탓”
동물원측 “번식기 야간에 주로 발생, 번식 막을 수 없진 않나”
 
 
 
▲ 우치동물원의 사자 삼남매 블루·레드·화이트. 이중 블루(가운데)가 올해 다른 사자와 싸우다 죽고 말았다.

 우치동물원을 대표하는 맹수, 시베리아 호랑이는 지난 3월 폐사했다. 시베리아 호랑이 암컷과 싸우다 엉덩이 쪽에 큰 부상을 입은 것이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진 것.

 블루·레드·화이트 사자 삼남매도 최근 블루를 잃었다. 다른 사자와 싸우다 죽은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투쟁사는 환경이 아주 열악한 동물원에서나 나오는 죽음의 사례”라는 입장인데, 우치동물원의 사육 환경과 동물 관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25일 본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본 광주우치동물원 폐사 동물 현황(2015~2017년 6월9일)을 보면, 투쟁사, 즉 다른 동물과 싸우다 폐사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15년에는 나일악어(1), 벵갈호랑이(2), 과나코(1), 분홍유황앵무(1), 풍산개(1), 프레리독(1), 일본원숭이(1) 등 8마리가 투쟁사로 폐사했다.

 지난해엔 코요테(1), 레오파트육지거북(1), 태양황금앵무(2), 붉은모란앵무(2) 등 6마리가 싸우다 죽고 말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사자(1), 붉은모란앵무(1), 시베리아호랑이(1), 구렁이(2), 얼룩무늬 하이에나(1) 등 6마리가 투쟁사로 폐사했다.

 지난 2년 간 매년 6~8마리에 달한 투쟁사 숫자가 올해는 반년 만에 이같은 규모에 도달한 것이다.

 이와 관련 ‘관리 소홀’과 우치동물원의 ‘비전문성’이 문제로 대두된다.

 동물권 분야 전문가인 전북녹색당 박정희 운영위원장은 “보통은 노령사나 병사가 대부분이고, 투쟁사는 요즘 동물원에서는 환경이 아주 열악한 경우를 빼놓고선 없는 편”이라며 “사육시설에 너무 과밀하게 동물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의 이면에는 운영팀의 비전문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투쟁사로 한 마리가 죽었다면, 싸웠던 다른 동물도 상처가 심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조치나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투쟁사 이전에 행동에 대한 관찰 및 관리는 어떻게 했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폐사 현황에도 싸움을 한 두 마리가 한 번에 죽은 사례가 나타나 있다.

 지난해 붉은모란앵무, 올해 구렁이가 대표적이다.

 구렁이의 경우 한 마리가 다른 구렁이를 그대로 삼켰다가 한 마리는 질식으로, 다른 한 마리는 폐 근육 등 손상으로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모란앵무는 2015년 두 마리 모두 투쟁사로 죽었는데, 올해 또 투쟁사로 한 마리가 폐사했다. 투쟁사에 대한 우치동물원의 예방 조치나 개선 노력이 미흡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갈수록 `주요 동물’ 숫자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서로 싸우다 계속 죽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육환경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한 수의사는 “예를 들어 사육팀이 동물들을 지켜보고, 어떤 기미가 보이면 격리시켜야겠다는 판단이 들 때 이것이 동물원에 운영에 반영이 돼야 한다”며 “우치동물원은 이를 위한 전문 인력과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징적인 동물들이 투쟁사로 허무하게 죽어가는 것은 어떤 면에선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치공원사무소 사육팀 관계자는 “봄이 되면 번식기가 되면서 동물들이 민감해진다”며 “주로 야행성 동물들이 밤에 많이 싸워 아침에 다치거나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물원의 목적 중 하나가 번식을 통한 증식인데,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투쟁사를 막자고 암·수를 격리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죽은 동물과 싸운 동물에 대한 관리와 관련해서는 “싸움이라는 게 한 마리는 죽고, 또 한 마리는 다치는 것보단 일방적인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한편, 우치동물원에서 사육·전시하고 있는 동물은 총 126종 767마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