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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우울한 우치동물원

2억 들인 ‘마스코트’ 수컷 기린
짝짓기 후유증으로 죽어
암컷 ‘아린’ 1년만에 다시 외톨이
AI·구제역에 내달 개장도 못해

2017년 02월 27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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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우치동물원의 최고 스타였던 수컷 기린 ‘마린’(오른쪽)과 암컷 기린 ‘아린’이 지난해 다정하게 지내고 있는 모습. 하지만 지난 8일 ‘마린’이 세상을 떠나 현재 ‘아린’이 홀로 남아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 우치동물원이 슬픔에 잠겼다. 지난해 3월 용인 에버랜드에서 장가 온 수컷 기린 ‘마린’이가 결혼 11개월만에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잠잠하던 조류인플루엔자(AI)도 42일만에 해남에서 또 발생, 꽃피는 춘삼월 개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동물원 마스코트 ‘마린’ 사망=우치동물원은 지난해 2억원을 들여 수컷 기린 ‘마린’(마술과 같은 매력을 지닌 기린)이를 광주로 데려왔다. 2011년 남편과 딸을 잇따라 떠나보낸 암컷 기린 ‘아린’(아름다운 기린)을 위해서였다.

새 가족이 된 ‘린린커플’은 단숨에 우치동물원의 마스코트가 됐다. 동물원 측도 이들에게서 2세를 얻을 희망에 부풀었다. 그런데 2세 욕심이 결국 화가 됐다. 짝짓기를 하던 마린이가 엉덩이 관절에 부상을 입고 쓰러졌고,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숨진 것이다.

동물원 측은 4살 마린이가 지난 1월말부터 3∼4차례 일어나지 못하는 증상을 보여 약물을 처방한 뒤 중장비를 이용해 일으켜 세웠지만 지난 8일 끝내 사망했다고 밝혔다.

‘마린’은 올해 4살로 암컷 기린인 ‘아린’보다 10살이 어리다. 또 키 4.5m에 몸무게는 1200㎏으로 사람에 빗대어 말하면 10대 성장기 청년인 셈이다. 동물원 측은 성년인 아린보다 키가 70∼80㎝가량 작은 마린이 짝짓기를 위해 무리하게 점프를 하다가 고관절에 부상을 입고 뒷다리가 벌어진 채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동물원 측은 약물을 투여해 응급조치를 했고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증상이 이틀에 한번 꼴로 반복됐고, 처음 쓰러진 지 10일 만에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마린의 사육사는 “키 차이가 나는 상태에서 짝짓기를 하다 보니 1t이 넘는 체중 탓에 뒷다리 관절에 무리가 가면서 주저앉았다”며 “중장비 등을 동원해 3차례나 일으켜 세웠는데도 결국 주저 앉고 말았다”고 밝혔다.

쓰러진 기린의 경우 혈액순환 장애로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
. 마린의 사인은 고관절 부위 근육 충·출혈, 다발성 장간막 림프절 종대 등이다. ‘아린’은 4년 만에 맞이한 새 남편 ‘마린’을 또 다시 떠나보내고 사육사에 홀로 쓸쓸히 남아 있다.

◇AI·구제역 여파 70일째 문 닫아=하루 평균 1만명이 찾는 어린이들의 놀이터 우치동물원은 아직도 문이 닫혀 있다. AI·구제역 여파로 인해 벌써 70일째다.

마린을 떠나보낸 슬픔을 겪었지만, 우치동물원은 꽃피는 춘삼월에는 문을 활짝 열어 방문객을 맞을 참이었다. 벵갈호랑이·침팬지·불곰·수리부엉이·가비알악어 등 총 134종 730마리가 어린이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해남에서 또 다시 AI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3월 개장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다음달 초 철새들이 이동을 마치면 이로부터 21일간 경과를 지켜본 뒤 개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남 우치공원관리사무소장은 “지난해 12월20일 이후로 석달째 동물원 문이 닫혀 있다. 개장 여부를 묻는 전화가 주말이면 100통이 넘게 온다”며 “AI가 다시 발생해 3월 개장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철새들이 북상하고 AI 경과를 지켜본 뒤 4월에서야 다시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은재기자 ej6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