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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300억원 사회환원 '공언' 그 후…

 

자회사 문화재단 150억 원, 4개 대학 등에 50억 원 기부 그쳐


[광주CBS 박준일·조시영 기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겸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 금호산업 주식을 단기간에 사고파는 과정에서 3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뒤 도덕성 논란이 거세게 일자 전액 사회 환원을 공언했으나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료되지 않은 진행형에 머물러 있다.

2년 전 3개월 간 단기 주식 매집·매도에 따른 시세차익 300억 원은 금액도 금액이지만 금호산업 인수전에 올 인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같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연고 기업끼리 혈투를 벌이는 것처럼 보이면서 내심 서운한 터였고 지역민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었다.

결국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 된 직후 시세차익금의 사회 환원을 약속하기에 이르렀으나 정작 호반건설은 300억 원 가운데 자체 문화재단에 150억 원을 출연하고 대학에 50억 원 정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은 "회사와 호반장학재단 등을 통해 최근 2년 동안 234억 원을 사회공헌 사업비로 집행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자회사에 156억 원을 기부형태로 지원한 것을 제외하면 호반건설과 연관이 없는 기부금은 78억 원이었다.

특히 김 회장의 300억 원 사회 환원 약속은 호반건설이 매년 통상적으로 해오던 기부금과는 별개의 목적성 사회 환원 대지역민 약속이었다.

김 회장은 단순히 호반건설의 오너가 아닌 광주전남지역 상공인을 대표하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공인의 신분이어서 그의 300억 원 사회 환원 약속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반건설의 2년 전 금호산업 주식 매집·매도에서부터 시세차익의 사회 환원 약속, 시민단체의 반응 등 전·후 과정을 추적해 본다.

◇ 금호산업 단기 주식매집으로 300억 원 벌어



2014년 11월 중순∼2015년 2월 중순 사이 광주·전남지역 중견 주택건설업체인 호반건설은 이 시기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인지도가 전국구 건설업체로 등판하는 일대 사건이 있었다.

즉 호반건설은 이 무렵 금호산업의 주식 205만주를 대량 매집해 3개월 만에 해당 주식을 모두 되팔아 증권사에 남을 경이적인 300억 원 상당의 초단기 차익을 얻었다.

호반이 금호산업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11월초에는 1만 2000원에서 1만 5000원에 거래가 형성되다가 호반의 금호산업 주식매집 공시가 나간 직후인 11월 13일부터 3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1월말부터 2월 말까지 한 달 내내 2만7000원에서 3만원에 주가가 형성됐다.

주식시장은 호반건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소유 지분율 5.30%보다 많은 6.16%로 지분율로 올라서자 시장은 주목했으며 인수전의 흥행성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주가는 거침없이 올랐다.

금호산업 주가의 널뛰기 장세에서 호반건설이 300억 원을 챙기는 사이 피눈물을 흘렸던 피해자는 대부분 개인투자자 즉 개미들이었다.

언론과 재계에서는 경영권 확보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호반건설은 지난해 2월 초만 해도 "금호산업 주식매입은 단순투자 목적이다"며 항간의 시선을 일축했으나 결국은 인수의향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때 호반건설이 3개월 사이에 금호산업 주식의 매집 매도로 3백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을 놓고 주식시장 질서 교란여부를 떠나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모럴해저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언론에서는 회사에 수천억 또는 수십조 원씩 현금을 쌓아둔 다른 대기업들도 호반건설처럼 특정회사의 주식을 타깃 삼아 대량 매집 매도로 주식시장을 교란시킨다면 그것이 정상적인 기업으로서 할 짓이냐는 질타가 쏟아졌었다.

◇ 김상열 회장, "300억 원 사회 환원" 공언



2015년 3월 20일.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의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출직후 기자회견장.

김 회장은 금호산업 주식을 매집 매도하는 과정에서 3백억 원의 단기 차익이 발생한데 대해 여러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처음부터 주식투자해서 이익 남기려 했던 것은 아니고 금호산업에 관심이 있어 주식을 매입한 것인데 본의 아니게 3백억 원의 이익이 났다". "호반건설은 1년에만 5000억 원씩 이익에 나는 회사"라며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광주FC 발전기금으로 5억 원을 이미 기부했으며 다음 주에 광주대에도 5억 원을 기부한데 이어 서울소재 몇 개 대학들에도 30억 원 정도 대학발전기금으로도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지역 소재 대학들도 열악한 대학들이 많아 상의해서 몇 십억 정도 발전기금으로 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즉 300억 원 중 100억 원은 대학에 목적성 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200억 원 정도는 호반건설 문화재단에 기부해서 기존 800억 원을 포함해서 1000억 원 수준으로 만들어 문화재단을 통해 좋은 일을 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300억 원 벌자고 금호산업의 주식·매집에 들어간 것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말했다.

◇ 300억 원 사회 환원 약속은 어떻게 됐나



이처럼 김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300억 원 사회공헌을 약속한 이후 호반건설이 20일 CBS에 공개한 사회공헌 관련 사업비 지출내역 중 인재육성 지원부문은 2015년 3월 23일 광주대 5억 원, 4월 1일 동신대 5억 원, 4월 6일 김 회장이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던 건국대에 30억 원 상당의 학교용지와 건물·기금을 기부했다.

이어 6월 9일 조선대 5억 원, 8월 21일 광주한마음장학재단(검찰이 관리감독 운영) 1억 원 등 지난해 모두 47억 30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호반건설 자회사인 태성문화재단에 2015년 12월 10일 50억 원, 올해 8월 8일 100억 원 등 150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이 밝힌 자료에 근거하면 지난해 대학 기부액은 김 회장이 약속한 100억 원 중 50억 원 수준이고 자체 문화재단 출연금은 200억 원 중 150억 원으로 나타났다.

즉 김 회장이 지난해 3월 광주상의 회장 선출 직후 기자회견장에서 늦어도 한두 달 이내에 300억 원의 사회 환원을 이행 할 것처럼 발언했으나 이 같은 약속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또 김 회장이 시세차익 300억 원 가운데 자신이 말한 대로 200 억 원을 모두 호반건설 산하 문화재단에 기부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김 회장의 영향력 아래 둔 기부라는 면에서 깔끔한 기부행위는 아니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 앞에서 기부하고 뒤에서 광고비로 받아가?



또 광주전남지역 3개 대학에 통 큰 기부를 하고도 시민단체들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호반건설은 광주대와 동신대, 조선대에 발전기금으로 각각 5억 원씩을 기부했으나 호반건설 계열사인 KBC광주방송에 다시 2억 원 전후의 금액을 광고비로 집행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민단체들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참여자치21,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2월, 호반의 부당지원에 대해 호반과 KBC에 시정조치와 부당지원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 철저한 수사를 통한 부당지원 행위 관련자들의 고발 등을 진정 했었다.

단체들은 "호반이 지역 3개 대학에 기부한 돈의 일부를 계열사인 KBC에 광고·홍보비 등으로 주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에 해당, 엄정한 조사와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호반건설은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에 통 큰 기부를 하고도 시민단체들로부터 '자본과 언론의 결탁', '지역 언론의 사유화'라는 공격을 받았으나 결국 공정거래위는 지난 5월 “정황 증거가 불충분 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호반건설이 앞에서는 5억 원을 기부하고서 뒤로는 광고비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아 간다면 시민단체의 지적이 아닐지라도 "참 이상한 기부"라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 시민단체들 "말과 행동 같아야 한다"



참여자치 21 공동대표인 김정희 변호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라며 "약속까지 하고 지키지 않는 것 자체가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 기업으로 볼 수 있는가 아쉽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 환원 한다 해놓고 대학교에 몇 번 기부하고 (자 회사)방송사 광고로 돌려받고 이런 식이다"면서 "(사회 환원 약속 이행을)하더라도 깔끔하게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 YMCA 안평환 총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생명력을 갖는 지름길이다"면서 "공익적 단체의 회장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회사가 사회 환원을 약속 해놓고 지키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김민경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 커 온 기업이 약속을 했다면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힘들 때는 지역 기업이라 도와달라고 하고 자기 배가 차버리면 나 몰라라 하는 몇몇 기업들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최경식(45) 씨는 "최근 들어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는 형국이다"면서 "많은 직원들을 거느리는 지역 대표 기업은 사회 환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취해야 사회가 보다 더 따뜻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주원(37) 씨는 "외국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한국의 기업주들에게 기대하긴 어렵지만 이렇게 본인 입으로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게다가 상공회의소 회장이라 하면 다른 기업인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자리인데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은 큰 문제다"고 했다.

◇ 호반건설 측 "사회공헌은 계속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김 회장이 광주상의회장 선출직후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대학과 문화재단에 300억 원 기부약속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공개한 사회공헌 사업비 집행내역을 보면 2015년에 문화·예술사업 66억5000만 원, 인재육성 장학사업 47억 3000만 원, 소외계층 및 지역사회 기여 2억8000만 원, 환경과 문화재 보전 1억7000만 원 등 모두 118억원 5000만 원과 호반장학재단과 태성문화재단에서 12억 5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2016년에는 문화예술사업 100억6000만 원(태성문화재단 출연금 100억 원 포함), 인재육성 및 장학사업 4억4000만 원, 소외계층 및 지역사회 기여 9억3000만 원, 환경과 문화재보전 1억6000만 원 등 116억 원을, 호반장학재단과 태성문화재단에서 7억 3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주요 기부처는 광주전남지역 소재 기관, 단체뿐만 아니라 울산과 강원도 원주, 경기도 시흥 등 전국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자회사인 KBC광주방송에 1억3000만 원과 광주방송문화재단에도 5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지난해와 올해 2년 동안 사회공헌 사업비로 기부했다고 밝힌 234억 5천만 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호반건설 계열사인 문화재단과 KBC광주방송에 기부금 명목으로 156억 30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호반건설과 관련이 없는 기부금은 78억 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park@cbs.co.kr